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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요람으로, 순환 형 디자인해야 지구 살려!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2년 11월 28일(월) 16:57 가+가-
요람에서 요람으로는 이제 더 이상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출발한다. 즉 생태적 효율성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미하엘 브라운 가르트(Michael Braungart)에 의하면, 생태적 효율성은 나쁜 시스템을 좀 덜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반면, 생태적 효과성은 제품과 서비스가 세상에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다.
효율성은 투입 대 산출의 바용 접근 개념을 말하는 것이며, 효과성은 목표 달성의 정도라는 디그리(degree)를 얘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디자인은 제품의 기획, 설계와 생산과정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요람에서 요람으로 라는 제목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다. 제품 수명주기에 따른 쓰레기를 최소화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시스템 내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 쓰레기만 허용하는 ‘닫힌 구조의 생산 방식’을 지향한다.
따라서 모든 쓰레기는 자연의 순환, 산업의 순환 과정에서 자양분으로 재투입된다. 다시 말해, 쓰레기가 생물학적 혹은 기술적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요람에서 요람으로”가 가능해지려면,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단계에서부터 경제, 환경, 사회정의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디자인 주도적 접근방식을 ‘트리플 탑 라인(triple top line)’이라 칭함으로써 사후 처리방식이라 할 수 있는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과 대조되는 개념을 시사한다.
아주 쉬운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미국에서는 매년 45억 파운드(약20억 킬로그램)의 카펫이 버려진다. 그런데 업계 최대 기업인 쇼(Shaw) 사가 구제품을 모두 회수하여 요람으로 프로토콜에 따라 새로운 카펫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료의 순환이 현명하고 안전하게 이루어졌고, 1년에 45억 파운드의 카펫을 버리는 문제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이는 트리플 탑 라인 디자인 접근방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 쓰레기만을 허용하는 정말로 획기적인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세계는 위기 혹은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혼돈의 시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혼돈의 시기는 새로운 체계를 향한 극심한 변화와 이동의 시기이다. 기후위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사회 전체가 혼돈의 시기로 접어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시스템 사고, 생태 과학과 같은 전체론 적 과학을 수용한다면 더 나은 세계로 진화할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혼돈의 시기’는 이 사회가 붕괴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경고에서 시작한다. 세계는 잘살기 위한 경쟁으로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수세기 동안 계속되어온 성장지상주의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비극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되었다. 이는 우리가 지구와의 연결고리를 상실했기 때문이며, 우리의 이야기는 타락했거나 중대한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운 역사적 미래상을 창조하여 인류 공동체는 물론 지구 자체의 활동을 위한 새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 바로 민주주의에서 생명 주권주의로 이동하는 것이다. 생명 주권주의를 따르면 자연이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지구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 통제하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방법, 모든 생명체가 의지하는 더 큰 공동체의 안내를 겸손하게 따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주는 객체들을 모아놓은 곳이 아니라 주체들이 모여 교감하는 곳이다.” “어떤 사회든 가장 심각한 위기는 그 사회의 이야기가 현재의 생존 요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찾아온다.” 세속적이고, 이성적이며, 산업화된 우리 사회는 놀라운 과학적 통찰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초유의 인간 중심적 사회를 구축했으나, 연결과 소통은 미흡하였다.
그로 인해 이렇게 지구의 기본 생명 시스템이 종말로 치닫게 된 것이 인간 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 진보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최고의 아이러니다.
불현듯 우리는 근대화 과정의 참상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수 세기 동안 자폐적으로 살아왔으며, 최근에 와서야 지구의 요청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구의 이야기를 통틀어 최악의 재앙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 생명 시스템의 위기라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간과 지구 공동체와의 상호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지구를 치유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를 낮추고, 지구의 생물학적 과정에 기계론적 사고를 적용하는 것을 멈추고, 통제, 명령, 강요, 압제하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고, 우리의 생명이 의지하고 있는 더 큰 공동체의 지시를 아주 겸손하게 따르기 시작해야 한다.” 한마디로 모든 제품을 트리플 탑 라인으로 디자인하여 쓰레기 없는 자원 순환 형으로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지구가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겸손하게 답 하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구를 살리는 길! 제품을 만들 때 처음부터 경제, 환경, 사회정의를 위해 쓰레기 없는, 자원 순환 형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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