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1월 23일(수) 16:56 가+가-

옛날 어질고 슬기로운 임금님이 있었다.
그 임금님은 거짓말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지만, 가까이 있는 신하들은 거짓말을 너무 잘했다. 자신들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 거짓으로 충성하는 척했다.
어느 날 임금님은 신하들을 불러 말했다. “이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이 행복하게 되려면 거짓말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거짓말은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고, 자신을 위장하는 것은 곧 자신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일이다. 물건을 도둑질하는 사람도 죄를 짓는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도둑질하는 사람이야말로 큰 죄를 짓는 일이다. 그대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신하들은 일제히 답했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 백성들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가, 아니면 정직한 사람이 많은가?” 신하들은 이번에도 한결같이 대답했다. “모름지기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다고 하였기에, 임금님께서 성군이시니 백성들도 정직하게 살아갑니다. 우리나라 백성들은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임금님은 신하들의 이 같은 말을 믿지 않았고, 우선 신하들부터 시험해 보기로 했다.
어느 날 임금님은 신하들에게 여러 종류의 까만 씨앗을 나눠주며 말했다. “이것들을 가져다 그대들의 집 담장 아래 심어라. 이 씨앗들이 아름다운 꽃들을 피울 것이다. 가장 꽃밭을 잘 가꾼 사람에게 큰 벼슬을 내리겠다.” 모든 신하들은 임금님이 내놓은 씨앗을 가져다 각자 자기 집에 심었다.
그러나 그 씨앗들을 모두 싹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신하들은 임금님이 내린다는 벼슬에 눈이 멀어 몰래 다른 씨앗을 구해서 심어 제각기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임금님이 방문한 신하들의 집에는 훌륭한 꽃밭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임금님이 말했다. “꽃들을 참으로 잘 기르긴 하였소. 그러나 짐의 마음에 꼭 드는 꽃을 기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소.” 신하들에게 실망한 임금님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다시 백성들에게 꽃씨를 나누어주게 했다.
백성들도 신하들과 마찬가지로 임금님이 주신다는 큰 상에 눈이 멀어 제각기 다른 꽃씨를 심어 꽃을 피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백성들의 집 담장 밖으로 아름다운 꽃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임금님의 곁에 있는 신하들은 백성들의 꽃밭을 칭찬하며 임금님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지만, 임금님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다.
그 순간 고을의 끝자락의 한 허름한 집에서 글 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집은 낮은 담장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꽃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표정이 밝아진 임금님이 집 주인을 불렀다. 그 집에서 나온 가난한 선비 부부는 임금님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저희는 마마로부터 하사받은 꽃씨를 정성껏 심고 매일 물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싹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벌을 내려주십시오.” 임금님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 방금 그대의 글 읽는 소리를 들었다. 보아하니 과거 공부를 하는 모양이로구먼.” 선비가 답하길 “네, 마마! 몇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공부가 부족하여 번번이 낙방하였습니다.”
그 순간 임금님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허허허! 그대의 공부가 부족하다니. 지금까지 짐은 그대만큼 큰 공부를 한 사람을 보지 못했노라. 그대는 ‘정직’이라는 마음의 꽃을 활짝 피웠으니 큰 상을 받을 만하다. 사실 짐이 하사한 씨앗은 불에 볶은 것이었느니라. 집마다 화려한 꽃을 피운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 셈이지. 그러나 이 선비만큼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매우 훌륭하다.” 그렇게 임금님은 가난한 선비에게 특별히 큰 벼슬을 내렸다.
우리는 정직해야 한다고 배우지만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 손해를 볼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가장 많이 속는 점이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속이며 적당히 정직한 관계들로 만들어진 사회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서로에게 진실하고 솔직한 것이 우리에게 마음의 연결을 가능케 한다. 진짜 관계 말이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내가 되면 된다. 분명 그 시작은 우리에게 꽃보다 훨씬 큰 상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