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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믿음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1월 16일(수) 16:49 가+가-
미국 UCLA에서 정신의학과 행동과학을 연구하는 마이클 맥과이어는 잃어버린 마야문명을 찾아 과테말라 정글을 탐험한 적이 있다. 정글 안의 개울에서 목욕하다 위쪽 바위에 재규어가 앉아 있는 걸 봤다. 깜짝 놀랐지만 이내 그는 생각했다. ‘재규어는 고양잇과 동물이야. 고양이는 물을 싫어해. 그러니까 잠수해서 캠프까지 헤엄쳐 가야지.’ 그렇게 헤엄쳐서 무사히 돌아와 동료들에게 재규어 이야기를 하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년 후 어느 날 그는 포유류에 관한 책을 읽다 깜짝 놀랐다. 재규어의 특징은 보통 위쪽에서 먹이를 공격하며, 물을 좋아하고, 자취를 감추려 개울에 잘 뛰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다행히 그는 위기에서 안전하게 벗어났지만, 어쨌든 그것은 치명적인 믿음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터무니없이 자기의 생각을 믿고 따라갈 때가 많다.
유대인들의 육아법 가운데는 이런 것이 있다. 어린 자녀가 자라면 아이들과 놀아주던 아빠가 갑자기 그 아이를 내팽개치고 냉정하게 돌아선다. 아이는 평생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충격을 받는다. 아빠는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에게 인간에게는 까닭이 없는 배신이 있다는 것과 인간은 이렇게 변화무쌍한 존재라는 가르친다. 어린아이에게 아빠는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의 대상이다. 하지만 아빠는 그 믿음을 깨더라도 자기 아이에게 ‘사람을 믿지 말렴. 이 아빠도 너를 배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교훈한다. 아빠를 오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영원히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라고 가르친다.
일본의 살아있는 ‘창업 신화’ 사와다 히데오 H.I.S. 그룹 회장은 1980년 벤처기업 ‘히데(秀) 인터내셔널 투어’를 설립해 일본 최대 여행 레저그룹으로 키워낸 위인으로, 그의 삶 자체가 창조경제의 축소판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자신이 세계를 보던 관점과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라며 “젊은 경영자들은 자신을 배반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와다 회장이 젊은 경영인들과 예비 창업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고도 단순하다. 모든 일은 ‘도전’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다.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실패는 오히려 사회가 나서서 칭찬해야죠.” ‘실패 예찬론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여러 번 쓰디쓴 실패를 맛봤지만, 도전 자체를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실패 예찬’ 속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실패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는 실패에서 경험과 교훈을 찾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와다 회장은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실패 자체가 아닌 실패를 분석하는 과정”이라며 성공했어도 나는 또 틀릴 수 있으며 또다시 새롭게 배우고 실패하며 뛰어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게 그는 자기를 무조건 신뢰하거나 하지 않으며 자만하지 않는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믿는다. 우리가 믿는 것은 객관적 현실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서사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자기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골라서 기억한다. 뇌는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로 만들어 저장한다. 이야기는 삶과 사건에 구조와 의미를 부여한다. 뇌는 정보를 이해하고 통제하며, 집중력을 유지하고, 감정을 제어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무언가를 믿으면 뇌가 편해진다. 믿음이 자리 잡으면 뇌의 에너지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어든다. 믿음을 바꾸거나 해체할 때는 매우 큰 에너지가 든다.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신념이 비타협적 믿음이 되는 까닭이다.
우리는 까닭 없이 자만하며 어리석게 자신을 믿곤 한다. 그것은 치명적인 믿음이다. 자꾸 의심하고 점검하며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겸비하고 지혜롭게 삶을 살아가면 많은 위기와 실패를 피하고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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