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1월 09일(수) 17:04 가+가-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양반이 살았다. 그는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어떻게 효도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옆 마을에 소문난 효자를 찾아갔다.
그는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하기에 효자로 소문이 났는지 궁금하여 숨어서 그를 살펴보았다.
마침 일을 마친 아들이 돌아왔다. 아들이 돌아오자 그의 늙은 어머니는 대야에 물과 수건을 가지고 와서 아들의 발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시작했다. 그 후 아들은 마루에 누워 휴식을 취했고 노모는 밥을 하고 청소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숨어서 지켜보던 양반은 몹시 화가 났다.
‘저 불효 막심한 놈이 효자라고?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나이 많은 노모가 힘든 일을 다 하게 하다니!’ 양반은 그 집에 불쑥 들어가 호통을 쳤다. “네 이놈! 네가 효자라고 소문이 나서 내가 먼발치에서 지켜보니 네놈은 효자가 아니라 둘도 없는 나쁜 놈이구나. 너 같은 놈은 혼쭐이 나야 한다!” 그 소리를 들은 노모는 뛰쳐나와 양반의 발 앞에 엎드려 말했다. “어르신, 고정하시고 제 말을 좀 들어보십시오. 이 모든 것은 저 아이가 아닌 제 뜻입니다. 아들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저는 그 아들에게 무언가 해줄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래서 아들은 그런 제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일 뿐입니다.” 아들도 거들어 말했다. “어르신, 제가 어머님께 해드리고 싶은 것은 많지만 늘 부족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이렇게 하심을 기뻐하시니 그 뜻대로 해드린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즐거우시면 저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양반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효도란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을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뜻을 따르는 것이구나!’ 그렇게 돌아간 양반은 부모님께 진정한 효도를 하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아주 부자인 유대인이 큰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급히 유서를 남겼고, 자신의 종에게 타지에 나가있는 아들에게 전해달라 부탁했다. 그 유서에는 두 가지 조건이 적혀 있었다. “첫째, 나는 내 아들에게 이 유서를 전하는 충실한 종에게 전 재산을 남긴다. 둘째, 내 아들에게는 내 모든 것 가운데 한 가지만을 고르게 하라.” 주인은 랍비에게 그 유서의 증인을 부탁했고, 그 유서를 본 종은 너무 기뻐서 아들이 올 때까지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했다.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아들이 타지에서 오랜 시간에 걸려 고향으로 돌아왔고, 종은 주인 아들을 데리고 랍비에게 가서 유서의 내용을 전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죽을 때 유서를 남겼는데 당신에게는 단 한 가지밖에 남기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이 노예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아버지의 소유 중에서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젊은 아들은 유서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종에게 남겼기 때문이다. 원망과 서운함으로 가득 찬 아들에게 랍비는 넌지시 말했다. “당신의 아버지는 참으로 지혜롭고, 아들을 사랑하셨군요.” 랍비의 말에서 힌트를 얻은 아들은 말했다. “나는 아버지의 소유 중에 이 노예를 갖겠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다시 이어받게 되었다.
아들이 유서 속에 담긴 아버지의 뜻을 발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하고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마음 안에 숨겨진 진심을 보는 것에는 서툴다. 그냥 보면 효자라고 소문난 아들은 몹시 건방지고 괘씸한 아들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 마음을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떨지 몰라도 그것이 어머니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효도인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마음을 보았고, 그 마음을 따랐다.
만일 부자 아들이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면 그는 아버지의 마음을 오해한 채 재산도 빼앗기고 아버지를 향한 감정 또한 삐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버지의 뜻을 발견했고 그랬기에 아버지가 남기신 재산과 깊은 사랑을 고스란히 받았다. 아버지의 마음을 보았고, 그 마음을 흘러 받았다. 이것이 부모를 향한 진정한 효도이고 진정한 존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