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09월 21일(수) 16:53 가+가-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 출신의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섰던 이탈리아와 독일을 제외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명 관현악단들을 지휘했던 세기의 지휘자이다.
놀랍게도 그는 사실 지휘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첼로 연주자였다. 거기에다 그는 심한 근시였다. 근시는 악보를 보는 연주자에게 매우 치명적인데 특히 첼로 연주자는 악기가 커서 악보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악보를 보는 것이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사랑하고 첼로 연주에 열정이 있는 그였지만 그의 근시가 큰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평소에 틈틈이 악보를 외우 서 연주 때는 그 음악을 외워서 연주하곤 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몇 시간짜리도 있는데 그걸 통째로 외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는 매 공연을 그렇게 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회가 있었는데 지휘자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곧 연주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지휘자를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했다. 몇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악보를 다 외우고 있는 사람은 토스카니니밖에 없었기에 그가 그 연주회를 지휘하게 된다. 그것이 그가 지휘자가 되는 계기가 되었고 훗날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된다. 자기의 약점인 근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였기에 지휘자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건 성인이 된 딸이 이렇게 말했을 때였다. “아빠, 나는 부모님을 잘 만나서 정말 값진 인생을 살았어요.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 형편들이 불만스럽고 싫었는데, 나중에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값진지 느꼈거든요. 어렸을 때는 가난한 게 부끄럽고 싫었는데 나는 그런 가난을 통해 검소하고 아낄 줄 알고 뭐든지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그리고 아빠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서 힘들었는데, 그 덕에 저는 어디서나 잘 적응하고 살도록 해주었어요. 또 엄격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그런 부모님이 계셨기에 저는 삶이 반듯하고 생각이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부모에게 이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까? 많은 고난과 어려움들이 오히려 자식들을 더 강하고 지혜롭게 키웠음을 알 수 있다.
유명한 사자성어 중에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전국시대 때 서쪽의 강국 진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남북에 있는 한, 위, 조, 연, 제, 초의 여섯 나라가 동맹을 맺었다. 거기서 소진이라는 사람이 정치적 중립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 나라가 동맹을 깨고 연 나라의 성을 10개를 뺏는 일이 생긴다.
그러자 소진은 제 나라에 이렇게 제안한다. “연 나라에게서 빼앗은 10개의 성을 아무 조건 없이 돌려주면 그들은 성을 무료로 얻은 기분이 들 것이고, 그간 사이가 나빴던 연 나라에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일이 잘 해결되었고 그로 인해 유래된 말이 전화위복이다.
‘재앙을 복으로 만든다’라는 뜻으로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은 사실 어려움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려움들은 거기에서 멈추면 어려움으로 끝이 나지만 그걸 넘어서면 오히려 그것은 기회가 되고 변화가 된다.
어려움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해주는 도구인 것이다. 모두의 인생에는 불행이 닥친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우선 피하지 않고 마주해보자. 그러면 그 불행이 오히려 행복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