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교훈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06월 08일(수) 16:41 가+가-

식물에는 씨앗이 있다. 그 씨앗을 퍼뜨려서 생명이 나게 하는 것이 그들 삶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모양의 식물들은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씨앗을 퍼뜨린다. 민들레는 낙하산의 원리를 이용 한다. 민들레는 꽃받침이 변형된 관모가 씨앗의 깃털이 되어 낙하산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가서 뿌리를 내린다.
반면에 소나무나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같은 식물은 씨앗에 날개를 달았다. 민들레 씨앗보다는 무겁지만 바람개비 같은 날개를 달고 있어서 바람에 의해 멀리 옮겨진다. 그리고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노랫말처럼 봉선화 꽃의 씨앗 주머니는 폭발한다. 봉선화 열매가 성숙하면 스프링처럼 씨앗이 저절로 튕겨져 나온다. 그래서 봉선화를 영어로 ‘touch me not’(만지지 마세요)라고 부른다.
또 살펴보면 가을에 산이나 들에 나갔다 오면 양말이나 신발, 옷 등에 이름 모를 식물의 씨앗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씨앗에 갈고리나 가시가 달리거나 끈끈해서 씨앗이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아 귀찮아하지만 그 식물은 자기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셈이다.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등 귀화식물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 물에 띄워서 종자를 퍼뜨리는 식물이 있다.
야자나무나 문주란, 해녀콩, 모감주나무 등은 씨앗이 가벼워 물에 잘 뜨고 껍질이 두꺼워 쉽게 안 썩는다.
또한 씨앗은 스스로 움직이기보다 동물의 도움을 받아 이동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바로 식물의 열매를 짐승이나 새가 먹도록 하여 동물의 체내로 들어가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되어 씨앗을 퍼뜨린다. 이 방법은 동물이 이동한 거리만큼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식물의 탄생은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잎과 꽃을 피우는 이유 역시도 이 하나의 목표, 바로 씨앗을 맺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 씨를 만드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씨를 맺는 일로 식물의 할 일이 다 끝난 것은 아니다. 최후의 마지막 관문인 씨를 어떻게 퍼트릴 것인가, 여기에 식물의 다음 세대 생존의 운명이 달렸기에 식물들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씨앗을 퍼트리는 데 집중한다. 식물의 피우는 꽃이 각양각색 현란한 이유도 이 씨를 어떻게 퍼트릴 것인가를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봐야 한다.
씨앗의 진화와 이동, 침묵과 인내, 발아와 성장에는 그런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어떠한 지혜들이 있을까.
1. 고난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한다. 식물의 씨앗은 싹이 나아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필요한 영양분을 씨앗 속에 함께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토양에 영양분이 부족해도 씨 자체에서 영양분을 공급하여 싹을 틔운다.
2. 위기를 피하고 기회를 기다린다. 식물의 씨앗들에는 ‘휴면기’라는 것이 있는데, 씨앗이 제철도 아닌 때 싹을 틔워서 갈증이나 추위, 열기, 그늘 때문에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차라리 휴면기에 들어가서 버티는 것이다.
3. 함께 성장한다. 씨앗과 이를 먹는 동물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한다. 이를 공진화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서, 도토리나 밤, 그리고 다람쥐의 이빨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성장했다.
이빨이 강해지면 씨껍질이 단단해졌고, 씨껍질 표면이 단단해지만 다시 이빨이 강해져가면서 도토리와 다람쥐가 사실상 무기 경쟁을 벌인 것이다.
4.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식물이 수없이 많은 씨앗을 퍼뜨리지만 그에 비해 발아 비율은 높지 않다. 그래서 식물은 하나의 생명을 위해 끊임없이 씨앗을 퍼뜨린다.
만족하며 멈추지 않고 늘 도전하면서 발전해나간다.
이처럼 식물의 삶은 단순하고 정직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삶에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우리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면 우리는 어느새 이 작은 식물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그렇다면 우리도 본받으면 된다. 먼저 삶의 목표를 점검해 보자.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담대하게 달려나가자.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난 앞에서 좌절하지 말고 위기를 헤쳐내고 발전하여 멋진 결과를 얻어내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