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추는 휴가 중
최창일 시인.이미지 문학평론가
작성 : 2022년 06월 07일(화) 16:57 가+가-

“사람에게 지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고 시도반(詩道伴)은 말한다.
지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
교양이 없거나 어리석기 그지없는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게 지식을 채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유추(類推) 능력’이다. 유추 능력은 상상력 쪽에 가깝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없다면, 인류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 상상력이 없었다면 비행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 사회가 갖는 맹점을 지적하면 지식과 법으로 모든 것을 규정지으려 할 때 그 사회는 매몰(埋沒)되어 가는 것이다. 과격한 학자는 지금의 시대를 상상력의 위기라는 말을 한다.
선의적인 사회는 인간적인 면들로 채워가며 서로서로 이해하는 것이다. 인문학에 대한 인식이라고 할까.
시를 만든다는 것은 자신이 이해한 바를 영감(靈感)이라는 것으로 풀어낸다. 엄밀히 말하자면, 지성(知性)을 넘어 감성(感性)에 반응하는 유추를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것이 시와 문학이라는 것이다. 유추와 감성이, 사물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다. 분석과 지성에 기대는 철학이 문학과 시에서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문학과 시가 매혹으로 갖는 이미지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문학이나 시에서 분명하게 매혹만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감성이 우리에게 자칫 이미지라는 것만으로 기만하거나 치우치는 경우를 만든다. 철학이나 심리학보다 더 쉽게 빠르게 사물에 접근, 파악을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느 대학 출신인가, 어느 로펌인가에 점수를 준다. 외국의 유명대학 출신, 업적만으로 나이와 경륜을 넘어 설핏한 모양새에 지지를 받는 사회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란 지식을 넘어 유추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다수와의 소통에서 유추와 상상력은 중요한 덕목이다.
‘무슨 책’‘무슨 법’에서라는 말로 어떤 상황을 정의하거나 인식하려 든다면, 그것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것이다.
어느 민족에게도 찾을 수 없는 한국 사람이 따뜻하게 사용하는 말 중에 어머니 손맛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머니 손맛이라는 것은 유추, 상상이 자연스럽게 영상화(映像化)되어버린다. 고슬고슬한 갓 지은 쌀밥과 호박 된장국이 상상 속에 유추된다.
어머니 손맛은 절대적으로 지식에 속하지 않는다. 지식은 수단이다. 문자를 기반으로 출현한 학문은 체계화된 지식과 기술을 가리키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주로 수식이나 그 밖의 상징을 포함하는 광의의 언어로 서술된다. 따라서 학문의 세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익히는 한편 적절하게 구사하여 자신의 유추 능력, 상상력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은 시인들이 새로운 비유를 통해 시적(詩的) 대상에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 내는 작업에 견줄 수 있다. 학자들이 한 권의 책, 한 분의 교수하에서 받은 지식을 자신만의 표현과 함께, 유추 능력이 수반될 때 그 깊이와 폭은 가히 상상을 넘어서는 무한의 넓이가 될 것이다.
꿈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는 프로이트가 말한 꿈이란 관념들을 뒤섞는 정신의 작용이다. 따라서 우리는 “꿈의 무의식의 네트워크 상상력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상상력은 억압을 해방하기 위해 상상하는 것”이라고 깊이 있는 말을 하였다.
지구상의 신화들은 상상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거나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상상은 나만의 주체에서 비롯된 창의적인 것이다. 상상은 발화되고 사라지기도 한다.
마음속으로 분명하고 생생하게 상상해 보라. 시와 문학은 수많은 상상력을 만드는 씨앗, 모체가 된다. 시는 영원성을 갖는다. 매몰이라는 말은 상상이 없어지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것.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상상과 유추의 교육으로 바꾸는 것을 강조한다. 상상은 이상(理想)의 사회,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유추와 상상은 듣고 보는 것에서 발아되는 실상이다. 듣기와 보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상대의 말을 듣고, 기분 좋게 대화를 이끄는 것은 유추 능력의 발아다.
상상은 진실이 되고 상상은 큰 승리를 불러온다. 상상력은 한계를 넘어서는 위대한 도전이다.
유추는 휴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