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과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창용 前 순천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 2022년 04월 04일(월) 16:35 가+가-

백과사전에는 ‘공동체 의식’은 한 사회에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과 감정이며, 공동의 문제 해결에 함께 참여하려는 의식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동체 의식은 참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서 배려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내가 인격적으로 존중받기를 원하고 존중받으려면 다른 사람을 역시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는 정신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공동 노동조직인 두레, 마을의 질서를 자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자치규약이었던 향약 등을 만들어 지킴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왔다.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개인을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것처럼 타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 경청과 소통이 만들어 내는 이 해와 타협, 사회통념을 이탈하지 않은 논리 정연한 토론으로 담론을 이끌어 내며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발 돋음 하는 일이 지금의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갈 가장 큰 당면 과제이다.
1776년에 작성된 미국의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생명, 자유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이 권리는 바로 천부인권적인 권리로서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지 않을 권리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운영하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기본권으로 규정하여 그 구성원이 누리도록 하고 있으며, 박애 정신을 바탕으로 인종, 국적, 종교의 차이를 초월하여 인류의 공존을 꾀하고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휴머니즘의 사상적인 배경이 되었으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해 가는 데 있어 상호 존중해야 하는 보편적인 권리이자 의무로 동의되어왔다.
여러 다양한 공동체중 우리나라 정치공동체를 눈여겨보면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하이에나를 연상케 한다. 상대를 넘어뜨리지 아니하면 내가 넘어지고, 내가 잡아먹지 못하면 먹힐 수밖에 없는 약육강식의 먹이 사슬이 싸움판 정치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극단주의와 진영논리가 자리 잡았으며 이는 지역과 계층 간 갈등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폐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대화마저 거부하고 반지성적 배타주의로 일관하는 극단적 정치주의도 횡행한다. 이들에게 자신과 견해가 다른 세력은 제거해야 할 적일 뿐이며, 대화와 타협을 제안하는 이는 배신자라 여긴다. 이것이 과연 건강하고 올바른 정치판인가?
사회에 만연한 오럴 해저드(Oral Hazard)와 막말, 가짜 뉴스, 뉴스 편식으로 인한 ‘확증편향’은 그러한 진영논리와 극단적 정치를 더 심화한다. 논의와 토론에 공의와 대의가 실종된 정치권, 질이 낮은 최하위 공동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최근 필자가 오죽했으면 이제 싸움판 정치는 끝을 내자라고 외치면서 내놓은 방안이 대통령이 장?차관을 임명할 때 후보자별 득표율에 따라 임명하되, 임명은 현행법대로 대통령이 하자라고 제안했겠는가? 함께 꿈꾸는 미래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과 초· 중·고등 학창 시절에 언어로 또는 온몸으로 부대끼면서 희, 노, 애, 락을, 한꺼번에 소화하였던 무의식의 세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나눔과 배려, 다툼과 양보, 헤어짐과 만남, 격려와 칭찬이 성인이 되어서도 믿음직한 신뢰의 반석 위에 세워진 공동체 의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강연에서 일의 가치와 행복이 더불어 사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100년 세월을 살면서 서로 각기 다른 일을 해도 목적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정치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기업가는 경제에 이바지해 사회 구성원이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개인과 가정을 넘어 사회와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일 때 비로소 민주국가로 올라선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기주의자가 판치고 우리 사회가 변질되는 것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양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질 때 질서 사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바탕은 휴머니즘이라고 강조한 그는 “선의의 경쟁과 인간애가 충족될 때 자유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질서 사회를 지켜내는 데 장·노년층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자유민주주의는 힘 있는 나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의 과제인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경제력과 과학기술 그리고 국론이 하나로 결집되는 것이다. 현 경제력 10위권 국방력 6위로는 우리나라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러시아나 중국 일본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며 비핵국가로서 그 능력은 훨씬 떨어진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정치판이 타협과 양보로 뭉쳐야 하며, 시민의식도 성숙한 공동체로 발 돋음 해야 한다. 제발 진영논리를 앞세워 싸우지 말자. 다 똑똑하고 어느 자리든 앉혀 놓으면 잘할 수 있는 인재 공화국이다. 내가 해야 한다.라는 교만함은 또라이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일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이다. 특히 다음 세대가 글로벌 시대를 리드해 가도록 기성세대가 헌신적으로 희생해가는 수범을 보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