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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구에서 달달한 것이 사라진다면
최창일 시인.문화이미지심리학자
작성 : 2021년 05월 25일(화) 16:36 가+가-
아카시아 꽃이 한창인 5월이다.
30년째 벌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 드럼통에 벌꿀이 내리는 규모를 보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한두 수 푼의 꿀에 만족하는 나로서는 마치 꿀의 호수를 보는 듯했다.
친구의 웃음은 벌꿀처럼 달달 하다. 벌들과 오래 지내다 보면 교감이 된단다.
아카시아 피는 5월이면 이산 저산을 옮겨 다니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데. 하지만 벌들이 저녁이면 고맙다 인사 하는 기분으로 피곤이 풀린다고 한다. 말벌들이 침입하여 꿀벌을 침투, 사지에 몰리면 오로지 주인에게 의지한다. 수시로 파리채를 들고 말벌의 침입을 방어해 준다. 지켜보는 벌들은 주인을 신뢰 할 수밖에 없다.
간혹 벌들은 하소연 한다. 꿀을 구입해 가는 사람들이 꿀벌에 감사하는 마음 없이 지나치는 것. 하루면 수키로 미터를 오가며 꿀벌을 만드는 벌들. 그 노고에 고맙다는 말을 않는 사람들에 서운해 할 수 있겠다는 동정이 간다.
동서를 막론하고 꿀은 식품이자 의약품으로 써왔지만 정작 꿀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 말하는 듯하다.
친구의 말이 끝나자 벌통을 찾아가 인사를 했다. 금년에도 좋은 벌꿀을 재공 한 덕에 꿀을 먹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했다. 미소의 벌꿀들은 처음 받는 인사라 한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 묻는 것 같았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 했다.
꿀벌은 역시 시인은 다르다고 말해주는 듯 윙윙 소리가 더 컸다.
전 세계에 10만종이 넘는 벌이 있다. 우리에게 낮 익은 꿀벌 종류만도 5700가지나 된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모든 벌들에 암벌만 침이 있어 쏘일 수 있다.
수벌은 종류와 무관하게 쏘지 않는다. 암컷은 산란관이 변한 것이다. 말벌은 벌이나 곤충을 잡아먹을 뿐이지 꿀은 생산하지 않는다. 스페인 여행에서 동굴 벽화에 그려진 꿀벌을 본적이 있다.
기원전 7000년께 그려진 것으로 추정한다. 양봉의 역사는 근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는 중국을 거쳐 1세기 초 고구려에 양봉기술이 전해 졌다고 한다.
그런데 꿀벌이 급감한다는 양봉업자들의 하소연이다. 2008~2013년 미국 전역에 야생 벌꿀의 4분의 1정도가 사라졌다는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여러 군데의 지구 환경이 꿀벌에도 나타난다.
공해, 바이러스, 전자파, 와이파이 등 여러 원인으로 지목을 하고 있으나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문제는 벌이 사라지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에 막대한 지장을 생긴다.
좁은 농장의 농작물에 드론의 바람을 통하여 꽃가루를 날리는 방법이 나오긴 했으나 거대한 자연에 생산하는 농작물에는 어림없다.
유엔환경계획(UNEP)보고서에 다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의 70%가량이 벌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 멸망한다”는 경고를 한바 있다.
5월20일은 생태계에서 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유엔서 정한 ‘세계 벌의 날’이었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벌의 날에 자신의 몸에 페르몬을 바르고 벌을 유인해 18분간 벌에 덮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화려함의 대명사인 배우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아 보인다. 우리나라 김혜자 등의 여러 배우가 환경과 아프리카 난민에 관심을 보인 것이 참으로 훌륭한 일들이다. 벌이 멸종하면 아인슈타인 말처럼 지구가 멸망할까.
전문가에 의하면 꽃가루 받침의 30~40% 가량은 나비, 파리와 같은 다른 곤충, 그리고 세와 박쥐 등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꾸는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에 관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 어떤 식물 종이 장차 번성하고 또 어떤 식물의 종은 사라져야 할지를 결정하는 권력자가 바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감자를 ‘선택’하고 ‘개발’하고 ‘개량’한 정원사, 식물학자, 육종개발자, 그리고 생명과학자 등이 인간군(君)의 뒤에 밀어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주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정원의 존재는 사라진다. 바로 벌을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이다. 나와 벌, 사과와 나무의 관계가 다르지 않다.
꽃이 꿀벌을 조종할 수도 없듯. 소위 공진화(供進化. 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 하는 일)에 의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우주의 실체라는 것을 벌을 통하여 깨우치게 한다.
지구에서 달달한 꿀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지상 최대의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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