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골프장에 가는 길에 지지자 집회 현장을 경유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차에 탄 채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의 지지자 집회 현장을 천천히 지나갔다.

그는 차 뒷좌석 오른편에 앉아 있었으며 내리지는 않았다. 트위터에 올라온 당시 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 "4년 더" 등을 외쳤다. 일부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를 쫓아갔다.

차량은 친(親)트럼프 집회가 시작된 프리덤 플라자 주변을 느리게 운행한 이후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100만명 규모 집회를 연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 시위와 관련해 "마음이 따뜻해진다"면서 "내가 들러 인사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실제로 등장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WP에 따르면 한 남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가 바로 내 곁을 지나갔고 나는 대통령을 봤다. 그는 내 바로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봤다는 다른 여성은 "아직도 몸이 떨린다"고 말했다.
WP는 전날 오후부터 전국 각지에서 백인 민족주의자, 음모론자, 극우 시위대가 몰려왔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로 일부 도로가 오전 6시부터 폐쇄됐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백만 행진', '트럼프를 위한 행진',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I)' 등 시위가 이날 계획돼 있다. '도둑질을 멈춰라'는 민주당이 부정 투표로 대선을 훔쳤다는 구호다.

이번 집회가 폭력 사태로 비화할지 당국은 경계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 인근 도로인 '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플라자'에 있는 반(反)트럼프 시위대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앞서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곳은 다른 지역보다 더 엄격한 총기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면서 외부 방문자들의 총기 반입에 대해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3일)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패배 인정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넘겨 승리 선언을 했으며 세계 각국 정상들도 당선 축하 인사를 보냈다.

여론조사업체 에디슨 리서치는 바이든 당선인이 경합주 조지아주와 애리조나주에서 이겨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은 2016년 대선에서 얻은 선거인단과 같다.

선거 후 공개 일정을 자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백악관 백신개발팀 '초고속 작전팀'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부는 락다운(봉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어느 행정부일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패배 가능성을 인정한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선거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트윗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