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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0년 10월 28일(수) 16:51 가+가-
신경질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대개 마음의 상처가 많은 사람이다.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뿐이거늘”이라는 이사야 서의 말씀이 실감 날 정도로 현대사회는 구석구석이 상하고 병들어 이른바 상처투성이다. 심지어 가정까지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곳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쌓이는 곳”으로 여기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토해낸 파편조각들이 가정과 사회 구석구석을 뒤덮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들은 상처를 받을수록 토치카에 홀로 사는 사람처럼 자존심이라는 아성이 견고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존심이 우월감으로 때로는 열등감으로 표출된다.
우월감과 열등감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우월감에서 나온 자기과시라는 욕구는 깊게 뭉쳐진 열등감의 표현이고 열등감은 자신의 존재를 절대시하는 자기중심적인 교만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습관성 분노의 노예가 되는 것은 이러한 부분들이 정돈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이고 그로 인해 자신도 타인도 더 깊은 상처를 받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보통 사람보다 20%가량 높다는 듀크 의대팀의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습관성 분노가 일시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생명을 단축하게 하는 무서운 공격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마음과 신체의 건강이 분리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화를 냄으로써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제일 먼저 자신의 상처가 더욱 깊어짐을 알아야 한다. 화를 내고 부정적인 말을 쏟아낼 때 제일 먼저 듣는 사람이 바로 자신으로 그러면 감정의 뇌가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 정서나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연계의 어떤 구조가 손상되면 정서 관련 행동을 상실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변연계가 망가진 햄스터는 새끼를 돌보지 않고 우는 소리도 무시한 채 도망가고 주위 동료들을 완전히 망각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건강한 변연계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데 성행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변연계가 활발하게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은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변연계가 망가지면 사회활동은 물론 본능적인 사랑이 불가능해진다고 한다.
심하게 화를 내는 사람의 신체는 유명한 권투선수의 강펀치를 맞는 것 같은 타격을 받는다. 화를 참고 살면 병이 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무분별하게 화를 폭발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마음속 갈등이나 분노를 표현하고 발산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필요하고 좋은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며 조절되어야 한다. 화를 자주 내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며 심신을 망치는 최고속의 길이기도 하다. 화를 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확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분노와 증오의 감정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아이에게 매질할 때도 아이의 장래를 위한 사랑의 표현인지 순간적인 부모의 화풀이인지가 아이에게 명확하게 전달된다.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원하는 일을 순간적으로 성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의 마음에서 이미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화를 다스리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훈련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화내는 것을 금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 템 포 늦추라고 권면하는 것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사고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결론 내리지 말자.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상처투성이의 불쌍한 사람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그는 나의 사랑과 섬김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는 나를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보게 될 것이다.
화를 품고 사는 것은 마음속에 독을 품고 사는 것과 같다. 화 안 내고 사는 사람은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화내는 사람이라면 독에 중독된 것과 마찬가지로 사는 것이 얼마나 피곤할까?
여자들은 화를 너무 참아서 병을 얻고, 남자들은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폭력적이다. 그렇게 자신과 남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화이다. 화를 남의 탓으로도 내 탓으로도 돌리지 말고 조금씩 다스리고 조절하는 훈련을 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고 삶도 즐거워진다.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화를 다스리고 푸는 방법으로 실컷 웃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작정 웃어보자. 웃음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까!
우리가 화를 내지 않으면 절대로 안 될 일이라서 화를 내는 것일까? 아니다. 꼭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일에 우리는 쉽게 화를 낸다. 그러니 꼭 웃을 이유가 있어서 웃는 것도 아니다. 웃다 보면 웃지 못할 일이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웃음에 얼마나 인색하고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인가를 알게 된다.
그러면 화는 자연스럽게 누그러지고 다스려서 서서히 우리 삶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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