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美 프로스포츠 정지…선수들 경기 거부
NBA, MLB, MLS 등 경기 줄줄이 중단
"농구보다 중요한 일 있다" 호소
농구 스타 제임스 "정말 질렸다"
작성 : 2020년 08월 27일(목) 17:35 가+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이 쏜 총 7발에 맞아 쓰러진 여파로 미국 프로스포츠 경기가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를 거부해서다.
26일(현지시간) 각 리그 공식홈페이지와 트위터 선수·팀 공식 계정을 종합하면 미국프로농구(NBA),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축구(MLS) 경기가 연기됐다.
NB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올랜도 매직과의 5차전에 출전하지 않기로 한 밀워키 벅스의 결정을 고려해" 예정된 플레이오프 경기 3개를 모두 취소했다고 공지했다.
밀워키는 블레이크 총격이 발생한 커노샤가 속한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다.
벅스의 수석 부사장 앨릭스 래즈리는 트위터를 통해 "농구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며 "오늘 선수들과 조직들이 보여준 입장은 우리가 지긋지긋해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제 그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벅스와 올랜도 매직, 휴스턴 로키츠와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경기 일정이 연기됐다.
농구팬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벅스의 선수들이 그들이 믿는 것을 위해 나선 데 찬사를 보낸다"고 트윗했다.
LA 레이커스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변화를 요구한다. 정말 질렸다"고 밝혔다.
벅스의 감독 마이크 버든홀저는 경기에 앞서 "변화를 원한다"며 "커노샤, 밀워키 그리고 위스콘신에서 더 낫고 다른 걸 원한다. 그 다음에 나가서 게임하겠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NBA 선수들은 이날 늦게 플로리다주에서 회의를 열고 다음 단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NBA TV는 일부 선수가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 리조트에 조성된 NBA 선수용 격리 공간 'NBA 버블'을 아예 떠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MLB 시리즈 2차전을 치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매리너스 선수 디 고든은 트위터를 통해 "이 나라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와 많은 팀 동료들에게 부당함, 폭력, 죽음 및 구조적인 인종차별은 매우 개인적인 문제이다"라며 "내 공동체뿐 아니라 내 가족과 친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팀은 오늘밤 경기에 참여하지 않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보는 대신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스포츠보다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신시내티 레즈도 이날 MLB 경기를 미뤘다.
브루어스는 성명에서 "브루어스와 레즈 선수들은 오늘밤 야구 경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고통 속에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 특히 인종적 불의와 제도적 억압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MLS는 FC 댈러스 대 콜로라도 래피즈, 새너제이 대 포틀랜드, 로스앤젤레스 FC 대 레알 솔트레이크, LA 갤럭시 대 시애틀 사운더스, 인터 마이애미 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등의 경기가 미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프로풋볼(NFL) 디트로이트 라이언스 선수들은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모였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는 이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웨스턴 & 서든 오픈' 4강전 기권을 선언했다.
앞서 23일 커노샤에선 흑인 남성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무려 7차례나 경찰의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블레이크는 경찰이 무기를 버리라고 소리치는 가운데 차 조수석에서 내려 운전석 문을 열고 몸을 숙인 상태에서 총격을 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상기시키며 재차 분노를 촉발했다. 블레이크는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 마비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