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총리직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그는 20일을 기준으로 제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을 포함해 2461일째 재임 중이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2798일),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2616일) 전 총리에 이어 전후 역대 3위 장수 총리다. 아베 총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임기가 3년 후인 2021년 9월까지 늘어나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가 전후 일본의 최장수 총리로 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의 개인적 정치 역량과 함께 갈수록 보수우경화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정치 역량은 한때 그의 정치 생명까지 위협했던 각종 스캔들을 돌파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껏 과시됐다. 작년 모리토모(森友) 학원 등 사학스캔들이 터지면서 60%대였던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0%대까지 추락했다. 아베 총리가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조기 퇴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져 위기에서 탈출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을 이용한 이른바 ‘북풍 몰이’를 선거에 잘 활용했다. 여기에다 자민당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돌풍이 예상됐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만든 ‘희망의 당’이 지나친 외곬수 노선으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아베의 중의원 해산 승부수는 기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올해 3월 모리토모 스캔들이 재점화되면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중의원 해산 카드까지 이미 사용한 마당이라 아베 총리가 만회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 자민당 내에서도 “야당의 부진으로 눈에 안 띄었지만 아베 정권은 내리막길이며 시절이 끝났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경제적 성과에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기초로 외교 분야의 활약을 내세우며 지지율을 꾸준히 회복시켜나갔다. 북한 문제와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북아 정세의 급변 속에서 그나마 일본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갈만한 정치인이 자신 외에는 없다는 어필이 먹혀들었다.
국가 지도자로서 아베 총리의 역량은 그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 국민들에게 가장 각인됐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총재 선거를 위한 일본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가장 중시하는 정책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아베노믹스’라고 답하기도 했다.
2012년 12월 다시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일본의 경기 회복이라는 과녁을 향해 금융 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을 장착했다. ‘아베노믹스’로 불린 이 경제정책은 지난 6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2012년 493조 엔(약 4930조원)이었던 국민총생산(GDP)은 2016년 553조엔(약 5530조원)으로 늘어났으며 세대별 평균 소득도 537만2000엔(약 5372만원)에서 560만2000엔(약 5602만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실업률도 4.0%에서 2.5%로 떨어졌다. 이런 경제적 성과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