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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Okologie)’ 이야기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4년 10월 06일(일) 16:19 가+가-
인간은 우월한 존재인가? 다윈 이후 과학계를 가장 많이 변화시킨 레이첼 카슨이 인류에게 던진 의미심장한 질문이다. 이로부터 1962년 ‘침묵의 봄’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그녀의 핵심 메시지는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살충제 남용의 위기와 함께 ‘우리가 새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그동안 유지해온 자연생태계에 대한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리자는 말이다.
사실 ‘생태’라는 말은 1866년 ‘생태학’(Okologie)을 창시한 독일 생물학자 헤켈이 처음 사용하였다. 우리의 관심은 그가 주창한 ‘생태학’의 학문적 연원과 사유의 밑그림에 있다. 이로부터 학문간 통섭 과정을 통하여 확장된 생태학적 사유의 본질에 다가가 생태적 지혜를 체득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카슨이 말한 기존 세계관의 전환까지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생태적 세계관에 대한 대중적 의식지향이 절실할 때다.
이를 위해 우선 39만의 팬덤을 가졌던 다윈보다 600만의 대중적 팬덤을 가졌던 천재 생물학자 헤켈의 ‘생태학’의 학술적 배경과 특징을 들여다보자.
헤켈은 다윈의 진화론을 철학적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하였고(생물체의 일반 형태론) 이 과정에서 19C 후반 괴테와 쉘링, 카루스를 관통하는 낭만주의적 자연철학의 계보를 가졌다. 그의 ‘생태학’ 개념은 주로 창조의 내재적 기원설, 시(詩)적 상상력의 강조, 괴테식 일원론을 담고 있다.
헤켈에 따르면 ‘생태학’이란 생물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이다. 본래 헤켈은 다윈의 진정한 계승자였으나 그는 다윈의 방법론 위에 괴테의 자연철학적 관념을 결합시킨다. 즉 자연의 ‘전체적 구조와 외형’을 일원적으로 보는 ‘형태학(morpology)’을 창안한 괴테의 입장에 선다.
이로부터 헤켈의 생태학은 자연을 ‘부분과 전체’의 문합(吻合)으로서 생명의 경이로움이 가득한 세계로 이해하였다.
무엇보다 헤켈은 한 세대를 앞서 살았던 칸트(Kant)의 인간(이성) 중심주의나 자연을 단순한 이성적 분류 대상으로 삼았던 다윈과 입장을 달리하였다. 자연을 전체와 부분의 생성적 관계로 인식하는 헤켈의 입장은 오히려 85년 선배이자 평소 다윈과 함께 학문적 연원으로 삼아왔던 괴테의 ‘과학은 시(詩)에서 태어났다’는 입장을 따랐다. 이 과정에서 괴테의 제자 ‘카루수’의 입장을 리뷰한다. 이렇게 헤켈의 ‘생태학’은 ‘꽃이 잎의 변형된 형태’(잎과 잎맥, 잎과 꽃 그리고 꽃받침의 관계)에서 처럼, 모든 생물은 확장과 수축이라는 경이로운 리듬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그에게 자연이란 부분의 결합이 아니라, 완전한 구조와 전체성을 지닌 통합된 전체라고 봄으로써 낭만적 자연철학의 계보를 이어 나간 것이다.
게다가 헤켈의 ‘생태학’은 칸트(Kant)의 초월 철학이 도달하지 못한 생명과학의 문제에 답하였다. 그는 타계 직전에 만났던 괴테에게서 ‘생명의 창조란 외재적 원인이 아니라 내재적 기원’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이로부터 그는 세계의 인과적 잠재력이란 ‘초월적 창조주’가 아닌 ‘자연’ 안에 창조의 내재적 기원이 있다는 생태학의 근본원리를 정초한다.
괴테에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학’은 궁극적으로 예술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다. 즉 인간의 과학과 예술(시)은 공통적으로 자연의 무한한 창조력을 이해하고 그 창조과정에 참여한다. 다만 과학은 자연을 생명 없는 기계로 간주하지만, 예술은 자연이 갖는 생명력 넘치는 심오한 창조력에 주목한다.
끝으로 헤켈 생태학은 괴테식 일원론(Goethean monism)을 계승하여 ‘생태학’의 형이상학적 기반을 구축한다. 일반적으로 일원론은 ‘신이 전지전능하고 단일한 창조주이며, 만물의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즉 ‘신’을 포괄적 인과 법칙으로 해석하고, 자연의 세계에 어떤 이상적 계획(Ideal Plan)과 같은 초월적 이념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정리하자면 낭만주의적 자연철학의 계보에 섰던 헤켈은 ‘자연이란 부분의 결합이 아니라, 완전한 구조와 전체성을 지닌 통합된 전체’라고 보았다. 게다가 생명의 원인 즉 세계의 인과적 잠재력이란 ‘초월적 창조주(transendent Creator)’가 아닌 ‘자연’ 안에 있는 창조의 내재적 기원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자연의 창조적 목적은 인식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그는 ‘살아있는 것의 나름대로 목적’을 시(詩)적 상상력을 통해 지각할 수 있다는 괴테의 입장을 따른다. 결국 헤켈의 생태학은 괴테식 일원론의 입장에서 ‘신’을 포괄적 인과 법칙으로 해석하고, ‘모든 힘의 총합’이자 동시에 ‘모든 물질(matter)의 총합’ 즉 자연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헤켈이 창안한 생태학(ecology)이 생물학의 영역에서 다양한 학문의 주요한 주제로 부각한 것은 생태위기가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이후 생태학의 학제적 학문으로의 분화는 노르웨이 철학자 아르네 네스(Arne Naess)의 심층 생태론과 머레이북친(Murray Bookchin)의 사회생태론이라는 두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이즈음 ‘생태학’의 창안자인 헤켈의 사상적 배경을 돌아봄으로써 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저마다 전지구적 삶의 패러다임 전환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이로부터 자기 성찰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적 지혜도 열릴 것이다.
지구의 울부짖음에 더 이상 귀를 닫지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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