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과 정복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0월 05일(수) 16:45 가+가-

요즘은 길거리에서 흔히 비둘기를 볼 수 있다. 이런 비둘기들은 놀라거나 위협을 당할 때에 날개를 써서 날아가기보다는 짧고 가는 다리로 종종거리며 뛰어서 도망간다. 그래서 속된 말로 “닭둘기”라고도 한다. 언제부턴가 비둘기는 이처럼 날지 않는 새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 조류 연구팀은 화석 기록과 문헌 등을 토대로 지금까지 멸종한 새들의 상세 목록을 만들었다. 모두 581종이 멸종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166종의 날지 못하는 새들의 멸종이 눈에 띄었다. 팀 블랙번 교수는 “새는 하늘을 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데, 많은 조류가 섬처럼 일상적인 포식자가 없어 날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는 에너지를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날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게 된다.”라고 했다.
‘갈 수 없는 섬’이라는 섬이 있다. 이 섬은 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케이크같이 생긴 화산섬으로 접근이 어려운 섬이다. 이 섬에는 일명 ‘날지 않는 새’들이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날지 않는 새의 이름은 전설 속 미지의 대륙 아틀란티스에서 유래한 아틀란티시아(Atlantisia)이다. 아틀란티시아는 날지 못하는 새 중 가장 작은 새이다.
아틀란티시아가 사는갈 수 없는 섬은 초원이 깔려있는 좋은 환경에다가 벌레, 열매, 씨 등 먹을 것도 너무나 풍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새는 더 이상 먹을 것을 찾아 생존하기 위해 번거롭게 날갯짓을 하면서 힘들이지 않아도 됐다. 가뜩이나 잘 날지 않는 뜸부기과에 속한 이 새는 결국 날 필요가 없어지면서 자연선택에 의해 날지 않는 새로 변신했다. 그렇게 해서 갈 수 없는 섬에는 현재 약 5,000마리의 아틀란티시아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혹시라도 쥐나 다른 동물이 이 섬에 들어오면 멸종 가능한 숫자이다.
도도새는 역사 속에만 남아있는 멸종된 새이다. 이 새는 인도양의 작은 섬 모리셔스에 살던 날지 못하는 새이다. 모리셔스는 무인도였지만 1505년 포르투갈인들이 항해 도중 이 섬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내리면서 만난 커다란 새가 도도새였다. 도도새는 칠면조보다 크고, 몸무게는 23㎏ 정도이며, 큰 머리에 깃털은 청회색에, 검은색을 띠는 부리는 약 23㎝이며, 부리 끝은 구부러져 불그스름한 칼집 모양을 하고 있으며 작고 쓸모없는 날개와 노란색의 억센 다리를 가졌고, 후미에는 곱슬한 깃털 술이 높이 솟아 있다.
도도새는 처음부터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었다. 서식지 모리셔스 섬은 포유류가 없고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천적 없이 살다 보니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 비행 능력을 잃고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게 됐다. 대신 짧은 다리와 구부러진 부리로 철저히 땅 위 생활에 적응했다. 그래서 날지도 못하고 뛰지도 못한다. 그래서 도도새는 인간들을 발견하고도 날지도 못하고 도망도 가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선원들은 ‘바보, 멍청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도도’라고 붙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도도새는 신선한 고기를 원하는 선원들에게 좋은 사냥감이 되어 무분별하게 포획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리셔스에 인간이 발을 들여놓은 지 약 100년 만에 도도새는 희귀종이 되었고, 1681년 마지막 남은 도도새는 그들에 의해 멸종되었다. 몇몇 학자들은 도도새의 멸종 원인이 ‘현실 안주’와 ‘인간의 자연 파괴성’이라고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850년 전에 동쪽 끝 고려로부터, 머나먼 서쪽 폴란드까지 정복한 위대한 사람 ‘칭기즈칸’이 있었다. 그에 대해서 한 가지만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유목민들은 항상 새로운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더 뛰어난 이동 기술과 더 좋은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했다. 그들에게 고향도 없으며 무덤도 남기지 않았다. 오늘날 칭기즈칸의 무덤을 찾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초원에는 주인이 없다. 실력만으로 주인자리를 겨룰 뿐이다.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한 번의 패배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정신으로 그는 매일 앞으로 나아가서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인생은 ‘정복’이 아니면 ‘멸종’이다. 우리가 아틀란티스 아나 도도새처럼 편안함을 추구하고 안주하고자 한다면 결국 나약해져 쉽게 무너지고 공격받아 멸종이라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만, 칭기즈칸처럼 안주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새로운 것을 정복하여 더 넓은 세상과 미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