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우셨어요. 5·18 당시 택시운전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재조명받길 바랍니다.”
18일 오월어머니회 노영숙 관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심경을 이같이 전했다.
앞선 17일 5·18기념재단은 광주 서구 치평동 CGV광주상무점에서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오월어머니집, 5·18민주화운동기록관, 광주트라우마센터 관계자 150여명을 초청해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회를 열었다.
재단 측이 영화관 측의 협조를 받아 5·18 유족 등을 대상으로만 진행했으며 공식 시사회는 아니었다.
노 관장은 “자식과 가족을 잃었던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고 가슴이 아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었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고 말했다.
오월어머니회는 5·18 당시 자식과 남편, 형제와 자매를 잃은 여성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그는 “영화 구성이 사실적으로 잘 돼 있어 더욱 그런 감정을 느낀 것 같다. 문화를 통해 5·18의 진실을 알리고 확산시킬 수 있길 바란다”며 “그날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가능했다. 5월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관장은 1980년 5월 당시 택시 운전기사와 시내버스 기사들의 역할이 재조명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지금까지 5·18때 그 분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며 “이 영화를 계기로 택시기사와 시내버스 기사들의 일들이 널리 알려질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실제 80년 5월 택시 운전을 했던 장훈명(65)씨도 전날 5·18단체 회원들과 영화를 보며 그날을 떠올렸다.
현재 5·18기념재단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씨는 “배우 송강호씨가 연기했던 택시운전사 ‘만섭’이와 우리가 같았다”며 “계엄군의 만행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의 진압이 잔혹해지고 살육에 가까워지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계엄군에게 쫓기는 학생들을 태워 피신시키는, 간단한 일만 했다”며 “19일 저녁 학생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겠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20일 택시 운전기사들이 전조등과 비상등을 켠 채 태극기를 내걸고 금남로까지 향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에 광주의 시위가 와해되는 분위기였는데, 차량 시위가 다시 시민들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스물여덟 살이었다. 군대를 막 제대한 뒤 혈기왕성했던 시절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김양래 기념재단 상임이사도 “당시 택시운전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말 목숨을 걸고 학생들이나 시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했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차량 시위를 주도했다. 영화 속에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가 녹아들고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5·18 단체는 매년 5월20일, 광주 무등경기장과 유동사거리, 금남로, 옛 전남도청 4.5km 구간을 잇는 차량행렬을 벌이며, 그날 택시 운전기사들의 용기와 결단을 기리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특히 도청 앞에서 희생된 분들이나 택시 타고 가면서 희생됐던 가족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영화와 일치하면서 아픈 기억들이 다시 되살아난 듯하다”며 “돌아가는 동안 정말 많이 우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5·18을 다룬 영화들은 대부분 피해자 등의 시각이 극 전개의 주를 이뤘다”며 “‘택시운전사’는 서울 사람이라는 제3자의 눈을 통해 광주를 바라보고 있다.
5·18 왜곡이 극심한 상황에서 다른 각도에서 5·18을 바라본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서울 택시 기사가 독일에서 온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송강호가 택시 기사 ‘만섭’을 연기했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이 맡았다.
고 힌츠페터씨는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 특파원이던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참사 현장을 직접 취재한 뒤 독일 본사로 보내 광주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렸다.
목숨을 걸고 광주 현장을 기록한 그의 영상 자료는 군부독재의 폭압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해 1월25일(현지시각) 독일 북부의 라체부르크에서 투병 끝에 향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죽으면 광주에 묻어 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그의 머리카락과 손톱 등 유품은 망월동 옛 묘역의 추모 표지석 아래 안치됐다.
한편 ‘택시운전사’의 광주지역 공식 시사회는 오는 29일 광주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 내 CGV 광주터미널점에서 열린다. 이날 시사회에는 감독과 배우 등이 참석해 무대 인사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5·18기념재단 등은 자문, 자료제공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화 제작을 돕기도 했다.
재단은 ‘택시운전기사’ 청소년 관람권 후원금 1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5·18 바로 알기’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민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