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 27%, 왜?… ‘겁나요”
신고 의무자의 신고 비율 27.4%… 2년 연속 감소
익명이지만 신고 내용 토대로 신고자 유추 가능
“신고자 철저히 보호해야 안심하고 신고 가능해”
작성 : 2025년 08월 21일(목) 16:31 가+가-

“아이한테 직접 부모로부터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익명으로 신고를 했지만 사실 누가 신고를 했는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학부모로부터 민원에 시달렸어요.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으면 직을 잃을 처벌을 받지만 신고를 했을 때 우리를 보호할 장치는 없더라고요.”
아동학대를 예방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최일선의 신고 의무자들의 신고 비율이 해마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고 의무자들의 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유·초·중·고 (교)직원과 보육교직원, 학원 및 교습소 종사자, 아동·장애인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의료기사, 소방구급대원, 사회·아동복지전담공무원 및 관련 종사자, 아이돌보미, 입양기관 종사자 등 27개 직군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다.
이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가 의심이 있는 경우에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단 아동권리보장원 ‘2023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연도별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 중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율은 2019년 23%에서 2020년 28.2%, 2021년 44.9%까지 증가했지만 2022년 36.3%, 2023년 27.4%로 감소했다.
아동을 매일 만나는 교육·보육기관의 교직원은 아동의 상태를 비교적 가까이서 밀접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고 의무자의 아동학대 신고율이 낮은 건 신분 노출과 신변의 위협 때문이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누구든 신고인의 인적 사항 또는 신고인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되며, 신고 자체도 익명으로 가능하다.
단 신고 내용을 토대로 신고자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교사는 “아이로부터 직접 부모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신고를 했는데 학부모로부터 집요하게 추궁을 당했었다”며 “신고는 익명으로 했지만 정황상 누가 신고했는지 충분히 유추를 할 수 있는데, 민원의 과정에서 교사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담교사도 “학교 이름으로 아동학대 신고를 했는데 신고 내용을 보면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처럼 특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된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아예 자기가 신고했다고 밝히고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신고 이후에 민원이나 항의에 시달리는 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학대 판정이 나지 않으면 부모들이 소송을 하거나, 학대 판정이 나와도 학교에 와서 이의 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 개인만 결정을 내려선 안 되고 보고 체계에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학교 자체에서는 문제화되는 걸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려면 신고 의무자 보호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신고를 한 사람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장치가 있어야 좀 더 안심하고 신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영 기자 kjy35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