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의 힘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10월 30일(수) 16:43 가+가-

미국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치안이 불안한 골목에 상태가 같은 두 대의 자동차를 보닛(자동차 앞부분의 덮개)을 연 채로 두고, 한 대만 유리창을 깬 다음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봤습니다.
불과 10분 만에 유리창이 깨진 차는 배터리와 타이어 등의 부품이 사라졌습니다. 또 난잡한 낙서로 뒤덮이고 파괴되어 고철덩이로 변해버렸습니다. 반면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차는 처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깨진 유리창 법칙이란 훼손되고 더러워 보이는 것은 함부로 대하고, 깨끗한 것은 주의해서 잘 보존하려는 사람의 무의식적인 심리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실제 1980년대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의 중심 무대였던 뉴욕 지하철이 오늘날 시민들에게 안전성을 인정받게 된 것은 낙서 지우기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사소한 낙서를 지울 시간에 범죄 단속에 더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낙서로 인한 더러움이 중범죄를 불러온다는 의견에 따라 무려 5년에 걸쳐 전 차량의 낙서 지우기가 단행되었습니다. 그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차차 줄어들기 시작한 범죄율이 3년 후에는 80퍼센트나 급감한 것입니다.
뉴욕시 구석진 곳에 한 건물이 있었습니다. 어느 소년이 심심풀이로 건물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쨍 소리를 내며 창문의 유리가 깨졌습니다. 하루가 지났지만, 그 깨진 유리창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유리를 교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소년은 매일 저녁 창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가세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건물의 모든 유리창이 깨어지고 마치 폐허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경영학에서 깨진 유리창 법칙을 민첩하게 적용했습니다. 그 논리와 근거가 매우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마케팅과 이미지 관리, 인사 및 조직 관리, 기업 문화 형성, 고객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 이 법칙을 응용했습니다. 고객의 작은 불만 하나가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기도 하고, 경영주의 갑질이나 직원의 작은 사소한 일탈이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뜨리고, 총체적인 위기는 사소한 실수를 그대로 방치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리창 하나가 깨어지면 재빨리 수선해야 합니다. 이를 위험의 조짐으로 받아들이고 민첩하고 진정성 있게 대응하지 않으면 건물 전체가 망가지는 것입니다.
미국의 사회경제학자인 ‘랜달 벨(Randall Bell)’ 박사의 말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일수록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정리 정돈과 성공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요? 주변 환경을 습관처럼 말끔히 정리하면 몸과 마음도 함께 정돈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나 행운을 놓치지 않고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특히 정리 정돈을 하게 되면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왜 이런 쓸데없는 물건을 샀을까?’ 하는 자기반성까지 하도록 만들어 주는데요.
불필요하게 자리를 차지하던 물건을 처분하고 모든 물건이 제자리를 찾아 집안이 여유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면, 결국 스스로 돈을 낭비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소비 패턴을 되돌아보는 일이 잦아지면 꼭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쪽으로 습관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특별한 이익이 생기지 않는 한 기존의 행동이나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로 인해 잃어버리는 기회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자율이 더 높은 금융상품이 있는데도 기존 주거래은행을 바꾸지 않고, 더 좋은 재테크 수단이 있는데도 시도하지 않고, 잘 이용하지도 않는 각종 정기구독은 귀찮아서 그냥 놔두는 식이죠.
이를 ‘현상 유지 편향’ 또는 ‘고집의 오류’라고 하는데요. 이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일상 속 변화를 자주 체험한 사람일수록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정리 정돈이 바로 이런 능력을 기르기 위한 좋은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풍은 버림의 미학을 아는 나무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가을이 되면 햇볕이 약해지고 낮은 짧아집니다. 잎으로 드나들던 물과 영양 공급이 중단되고, 초록색을 띠었던 엽록소는 파괴됩니다. 엽록소 빛깔에 숨어 있던 빨강, 노랑, 황금빛 색소들이 드러납니다. 그게 바로 아름다운 색깔의 단풍이요, 나무의 겨울나기 자구책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몸의 전부였던 그것을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섭니다.
잎을 다 버려야 아주 작은 에너지만으로도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기 위하여 죽는 고운 단풍의 빛깔은 그래서 아름답기만 합니다.
버려야 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탑니다.
그 ‘놓아버림’ 속에서 나무는 생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띠게 됩니다.
취사선택(取捨選擇)이란 여럿 가운데서 쓸 것은 골라 쓰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이요, 여럿 가운데서 쓰일 것은 쓰이고 버려질 것은 버려지도록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