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
무궁화 나무는 애국가가 나오면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9월 10일(화) 16:29 가+가-
단단한 씨앗, 뱅크셔나무가 있다. 씨방이 너무 단단해 뜨거운 불길에 그을려야만 씨를 터트린다. 제 몸에 불을 붙여서라도 황무지에 씨를 털고 싶은 뱅크셔나무. 세상에서 제일 큰 엔타타 콩 나무다. 콩의 반경이 7센티 정도 된다. 너무나 단단하여 씨를 틔우지 못하다가 물에 3년을 떠다니다가 싹을 틔운다. 콩의 질감은 니스를 바른 것처럼 윤기가 난다. 물이 닿아도 쉽사리 불리지 않는 몸통을 가졌다. 유일하게 식물 중 배를 타지 않고 스스로 수영을 하며 여행을 즐기는 콩 나무다.
달콤한 세상을 꿈꾸는 꿀벌은 일생의 수명이 40일에서 6개월이다. 여름에 태어난 일벌은 힘든 노동시간으로 40일 정도가 일생이다. 벌은 40일 동안 1000개의 꽃을 방문하며 한 숟가락의 꿀을 만든다. 일벌의 일생으로 한 숟가락의 소중한 꿀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영양분의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기아로부터 구해졌다는 소중한 식품이 바로 꿀이다.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영구 보존 식품이기도 하다.
감자와 옥수수는 구황작물 중 하나다. 북한이 가뭄에 구황식물인 감자와 옥수수로 기아를 이겨냈다. 그런 옥수수가 밭에서 어제까지 있던 자리를 비워주는 것을 본다. 바람에 소리를 내던 옥수수는 몸의 부분, 알갱이를 떼어내면 사라진다. 흔들림도 허공의 노래도 베어진다. 옥수수는 알을 만드는 동안 허공의 달빛을 안았다. 팔을 벌려 지나가는 바람이 쉬어가도록 자리를 내어주었다. 열매는 실한 순서대로 베어나간다. 밑동의 피는 아직 마르지 않아도 어둠의 시간에 굽히고 만다. 그 성근 열매들은 도회지로 팔려나갈 것이다. 아니면 설악산으로 여행 가는 관광객의 손에서 간식이 된다. 희고 붉고 검은 옥수수알, 수확한 옥수수를 자루에 넣는 농부, 푸른 자루를 실은 트럭은 산모퉁이를 돌아간다.
인류를 다스리는 나무가 있다면 고무나무라 한다. 의료품을 만들기도 하고 전선, 수술용 고무장갑은 사람을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행할 때 몸에 지닌 물건중 고무나무가 제공한 것이 몇 가지나 되는가, 점검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의 길잡이 신발은 고무나무가 주요 재료가 아닌가.
우리가 알고 있는 미모사라는 나무가 있다. 미모사는 바람이 불거나 자극에 반응을 보인다. 1960년 8월 13일 일본 동경에 큰 태풍이 왔다. 움직이는 식물을 연구하는 히데오 토리야마 연구원은 창밖의 미모사와 옆의 미모사를 주시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미모사는 실내에 키운 것이다. 강풍을 맞고 있는 두 미모사의 반응이 달랐다. 밖에서 자란 미모사는 강풍을 맞자 처음에는 잎을 접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강풍이 부는데도 잎을 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실내에 자랐던 미모사는 바람이 부는 동안 내내 잎을 열지 않았다. 밖의 미모사는 바람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었다. 토리야마 연구원은 실내의 미모사에게 선풍기 바람으로 반복 훈련을 받게 했다. 이렇게 바람훈련을 반복해서 받은 미모사는 10시간 정도의 훈련에 바람의 자극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식물을 괴롭히는 사람과 물을 주는 사람도 기억했다가 다가오면 무서워하거나 환영한다고 벡스터(C. Backster) 식물학자는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사리를 즐겨 먹는다. 고사리는 약 3억5000년 전부터 2억 8000만 년 된 식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성삼문(成三問, 1418~1456, 조선 초기 문신, 훈민정음 도운 학자)은 고사리를 먹지 않았다. 선비가 뒤틀린 것을 먹지 않는다는 지조의 태도다. 선비가 나물을 먹어도 바르고 곧은 것을 먹는 것이 선비의 태도라는 것이다. 우리의 민요 속에는 고사리를 꺾는 구절이 많다. 방식 식물학자는 사람보다 먼저 태어난 식물에 이런저런 사연을 담아 구부린 고사리니 하는 것은 자연과 식물에 대한 외람(猥濫)이 아닌가 싶다 한다.
나무 중에 가장 겸손한 나무는 뚝향나무다. 땅에 바짝 붙어 자라기에 겸손(謙遜)의 뚝향이라 부른다. 인사동의 가나아트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플라워 박스에서 뚝향나무는 아주 겸손하게 오가는 사람에 겸손으로 인사를 한다. 누우면 잠이 든다는 말을 한다. 뚝향나무는 흙만 보면 뿌리를 내리는 나무다.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는 100일 동안 계속 핀다 하여 무궁화다. 1980년대 유신 시절에는 국기 게양식이 있었다. 애국가와 함께 국기를 게양했다. 오가던 사람도 애국가가 나오면 멈추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한국의 무궁화는 애국가가 나오면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피우던 꽃도 잠이 멈춘다고 한다. 유신 시절, 애국의 방법이 획일적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많이 본 뉴스

종합

뉴스

시군별뉴스

오피니언

기사 목록

대한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