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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의 꽃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8월 28일(수) 16:24 가+가-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회 음악 작곡가로 칭송받는 이는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이다. 놀랍도록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한 그의 삶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의 삶은 그의 음악과는 정반대로 황무지와 같았다.
그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형의 손에서 자랐지만 형은 그런 동생을 미워하고 원망하였다. 결코 행복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였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독립하여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바흐가 연주 여행을 떠난 사이 아내는 병에 걸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장례식까지 끝난 뒤였다. 슬픔에 빠져있던 그는 자식들을 위해 다시 일어나게 되고 새로운 여인을 만나 재혼했다. 그 결혼을 통해 새로운 자식을 얻어 총 11명의 아들과 9명의 딸을 두었지만 그중 10명의 자녀가 이런저런 이유를 통해 죽게 된다. 자신보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바흐는 꾸준히 음악 활동을 했지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다. 둘째 부인이 죽었을 때는 장례 치를 형편이 안돼서 빈민 구제를 위해 조치로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노년에 자신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되었고 뇌출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까지 된다.
황무지와 같은 인생을 사는 그였지만 그는 수많은 사람의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을 만큼 웅장하고 장엄한 찬양과 경배와 감사의 노래들,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 그는 늘 말하기를 “모든 음악의 유익한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보내고 사람에게 즐거운 감정을 솟아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는 자신이 작곡한 칸타타나 오라토리오의 마지막 부분에 항상 S.D.G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는데, 이것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의 첫 번째 글자들이다. 그리고 오르간 연주만을 위한 작품들의 첫 부분에는 I.N.J 즉 “예수 이름으로”라고 적어 놓았다고 한다. 그는 황무지 같은 자신의 인생 속에서도 그는 신앙의 힘으로 장엄하고 경건한 음악의 꽃을 피웠다. 훗날 현대 음악의 아버지라고 일컫는 바흐의 가문에는 약 200년 동안에 걸쳐 저명한 음악가가 50여 명이 나왔다고 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미명에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남침한다.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여 동안 계속된 한국전쟁은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가져왔다. 군인 전사자 26만 명, 민간인 사망자 10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공업기반의 절반인 30억 달러가 소실되었는데 그것은 국부의 1/4의 규모였다. 또한 전력손실 74%, 연료공업 손실 89%, 화학공업의 손실 70%에 달한다.
대한민국은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와 쓰라린 한국전쟁을 겪었다. 전쟁 후의 폐허가 된 한국을 바라보면서 인천상륙 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한국)가 전쟁의 폐허로부터 재건하는 데는 100여 년이 걸릴 것이다.”라는 냉혹한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영자신문에서도 처참했던 한국의 상황을 “한국의 재건을 기대한다는 것은 차라리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라고 했다. 즉, 세계가 한국의 재건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 총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달라졌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사회 발전 조사 기구가 2019년에 조사한 내용으로 세계 163개국을 대상으로 ‘살기 좋은 나라’ 순위를 매겼다.
한국은 ‘기본욕구 부문’에서 7위를, 환경의 질을 포함하는 ‘웰빙 부문’에서는 17위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8개 국가 중에 7번째에 랭크되었다. 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국민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정체인 것이다.
바흐의 인생에 피어난 장엄하고 아름다운 음악의 꽃, 황폐하고 고통으로 뒤덮인 한국 땅에 피어난 희망과 노력으로 피어난 재건의 꽃, 과연 우리도 우리 인생에서 그런 꽃들을 피울 수 있을까?
물론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 마음이 씨앗이 되어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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