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국의 식어가는 성장엔진, ‘마력’을 높이자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8월 26일(월) 16:28 가+가-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며 3분기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종을 걷어내면 생산 증가율은 1%로 낮아지며 반도체에 전자·통신 업종까지 빼면 생산 증가율은 0%대(0.4%)로 더 떨어진다. 6월 제조업 생산은 3.9% 늘었지만, 전자·통신 업종을 뺀 생산(-2.3%)은 거꾸로 뒷걸음질 쳤다. 6월 반도체 생산이 26.9% 급증한 반면 화학제품(1.5%), 자동차(-4.1%), 1차 금속(-9.8%)을 비롯한 다른 업종은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체가 설비와 노동력, 조업일수를 감안해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생산 능력)과 가동률도 낙폭이 커지고 있다. 2분기 생산 능력이 0.9%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1.6%)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생산 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측정하는 가동률은 2분기 2.1% 증가해 마찬가지로 1분기(2.7%)에 비해 주춤한 모습이다.
제조업과 대기업에 기대 고도성장을 이뤄 온 한국 경제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외신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한국 경제의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를 통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조명하면서 제조업과 대기업의 전통적 성장 동력을 늘리려는 정부 결정으로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값싼 노동력 등 과거 한국 성장 모델 주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게 FT 지적이다. FT는 6.4% 수준이었던 1970∼2022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2020년대 2.1%, 2030년대 0.6%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난해 한국은행 보고서도 꺼내 들었다. 2040년대에는 -0.1%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한다는 전망이다. FT는 특히 재벌 주도 경제로 인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불평등이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해 온 제조업 강국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초정밀 산업과 중후 장대 산업이 한국만큼 조화롭게 어우러진 국가는 많지 않다.
문제는 이 위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게 오히려 걱정거리란다. 비중이 높다 보니 제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의 미래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28% 수준이다. 최근 25% 언저리까지 내려왔다는 통계도 있지만 아직 타 국가 대비 한참 높다. 우리와 경제구조가 유사한 독일과 일본의 비중은 꾸준히 20% 초 반대에 머문다.
각 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된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지만 세계 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보였던 산업에서도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비근한 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한 미래의 ‘제조업 성장 동력’은 “기업 역동성 회복”에서 나온다고 추론한다.
한국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기존의 노동력이나 자본 투입만으로는 경제 성장을 이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혁신성장을 위해선 “기업의 역동성”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요즈음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자금의 어려움, 매출감소, 인력난 등 어느 것 하나 손쉽게 풀리는 것 없어 ‘한국을 떠나고 싶다’라는 넋두리만 쏟아낸다.
근로자 전체 10% 수준에 불과한 대기업노조들의 이기적인 행태는 자신들만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어 커다란 비애와 분노,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두 자리 수의 임금인상, 평생고용과 경영참여보장, 생리휴가에 산전 산후 휴가와 육아휴가를 요구하고 있으니, 이는 대기업 노조의 지나친 기득권 주장과 노동귀족화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키워줄 것이다.
만약 약자입장에 놓여있는 그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가와 사회는 희망이 없는 절망의 사회로 추락하게 될 것이다.
송단비 산업연구원(KIET) 산업혁신정책실 연구위원은 “국내 제조업의 산업별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퇴출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경제 성장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며 “부실기업이 퇴출되면 이들이 점유하고 있던 자원이 성장성 있는 기업으로 이동하면서 경제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수십 년을 책임질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과제는 아니다. 글로벌 산업계가 치열한 생존경쟁에 나선 가운데 인공지능(AI)은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다양하고 극한 환경에서 ‘내수’와 ‘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호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부가 균형감각을 가지고 경제 전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이를 전 국민이 공유하면서 미래를 대비해 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특별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을 위한 당’으로 거듭나서 식어가는 성장엔진에 ‘마력’을 올려 다시 힘차게 가동되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