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8월 21일(수) 16:24 가+가-

아주 오래전 아메리카 북서부에 한 인디언 추장이 있었다. 하루는 한 백인이 그 추장의 집에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 위해 찾아왔다. 그래서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에 추장은 방문객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지난밤에 이 오두막집을 통과한 사람들이 몇 명이라고 생각합니까?” 추장의 질문에 그 방문객은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하게 한 사람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른 발자국은 찾아볼 수 없었던 그는 추장에게 “한 사람만 지나갔군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추장은 그에게 지난밤에 그 오두막집을 수백 명이 되는 한 부족의 인디언들 전체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추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인디언들은 그들이 어떤 방향으로 갔는지를 알리고 싶지 않을 때는 추장이 제일 선두에 걷고, 나머지 모든 부족이 일렬로 그를 따라가면서 추장이 밟았던 발자국을 정확히 밟고 지나감으로써 하나의 발자국만을 남깁니다. 따라서 단 한 사람만이 지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이와 같은 지혜로운 계교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부족의 적들은 그들이 간 길을 발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인디언들의 협력의 지혜와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바다사자가 바다제비의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바다사자가 바다제비에게 시합을 권했다. ‘누구의 소리가 더 멀리 가나?’하는 시합이었다. 시합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그들은 갈매기를 심판관으로 초빙했다. 먼저 바다사자가 수평선을 향해 “우와와와와아아” 하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온 바다를 다 채울 것 같은 엄청난 소리였다. 다음으로 바다제비가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바다사자의 소리에 비하면 너무나 나약하고 바람결에 날아가 사라질 듯 가냘펐다. 심판인 갈매기는 바다 가운데 있는 섬으로 날아가 그곳에 있는 도요새에게 무슨 소리를 들었냐고 물었다. 도요새는 “바다사자 소리는 굉장히 크고, 바다제비 소리는 실같이 가냘프다.”라고 말했다. 갈매기는 더 멀리멀리 바다 끝에 있는 섬까지 날아가 소라에게 물었다. 소라는 “바다사자 소리는 듣지 못했으나, 바다제비는 ‘지지배배, 지지배배’ 하던걸” 하고 말했다. 결과는 바다제비의 승리였다. 어떻게 바다제비의 실낱같이 가냘픈 소리가 더 멀리 갈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너무도 단순했다. 바다제비 한 마리가 노래하면 그 노래를 친구인 바다제비가 전달하고, 또 전달해 주면서 멀리멀리 바다 끝까지 전해진 것이다. 바다사자의 우렁찬 소리보다 바다제비들의 협력이 더 멀리까지 미친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에서 기러기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러기떼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면 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새무리를 기억해 보자. 기러기들이 V자 대형으로 줄을 지어 날아가는 것은 그 대형으로 인해 뒤따르는 새들이 공기의 저항을 50%나 덜 받기 때문이다.
즉, 무리 지어 비행을 하면 혼자 비행할 때보다 71%나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스스로 이길 수 없는 공기의 저항을 함께 해쳐가며 머나먼 길로의 여행을 성공해 내는 기러기의 지혜이다.
‘멍에를 끌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여러 마리의 소를 사용하여 쟁기로 밭을 가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밭을 갈 때 황소와 암소 두 마리가 같은 멍에를 끈다. 이때 두 마리는 반드시 보조가 맞아야 하는데, 행여라도 한 마리가 다른 소보다 빨리 가거나 늦게 간다면 엉망이 되어 버린다. 어느 한쪽이 앞서거나 뒤처져도 안되고, 가다가 한 마리가 숨을 돌리고 쉬어도 안된다.
즉, 두 마리가 똑같이 발을 맞추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멍에를 같이했다는 말의 뜻으로 협력하는 사이에 이 말을 쓰곤 한다. 이 관계는 마치 두 마리의 소처럼 적당히 협력하는 관계가 아니라 똑같이 균형을 잡은 동반자로써 책임도 함께 지는 관계인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생명은 함께함으로써 힘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함께 어우러지고 협력하면서 살아갈 때 비로소 풍요롭고 행복하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힘이며 감사와 행복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