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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유효한 것일까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8월 20일(화) 16:39 가+가-
사랑은 늘 유효하다. 사랑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서기 2세기에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가 쓴 <황금 당나귀>의 한 줄 요약이다. <황금 당나귀>는 세계 최초의 소설이다. 세계에서 원본이 남아 있는 유일한 라틴어 소설이다.
루키우스라는 젊은이가 마법을 좋아했다가 실수로 당나귀로 변신한다. 고생 또 고생, 천신만고 끝에 사람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담겼다. 액자식 구성으로 되었다. 액자식 구성은 소설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다. 달과 6펜스, 데카메론, 돈키호테, 등신불, 구운몽과 같은 소설이 액자식 소설에 속한다. 작가와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 같다. 소설은 국내에도 많은 출판사가 내놓았으며 ‘야동물의 끝판왕’이다. 선정적이고 온갖 애정 행각을 펼쳐놓아 수선스럽고 불경스럽지만, 사실 그 내용 자체는 도덕적이다. 고전 문학의 난해함을 벗고 청소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청소년을 위한 <황금 당나귀>로 내놓기도 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책 중에 들어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원형인 소설은 사랑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목적임을 강조한다.
작품은 육욕에 불타는 사랑은 채워지면 곧 비워지는 욕구임을 말한다. 사랑을 이용해서 재물을 추구하려는 것은 결핍의 가련한 욕망이다. 사랑을 이용해서 권력을 획득하려는 것은 망가진 인간의 허영이 뿌리내린 허망한 애월(涯月)의 시간이다. 이는 5장에 나오는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 이야기>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사랑을 이용해서 재물을 얻으려고 했던 프시케의 언니들 이야기는 욕심의 올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다. 당나귀가 된 루키우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다. 속고 속이는 사람들, 그중 바람피우는 아내가 남편 몰래 애인을 끌어들여 즐기다가 남편이 나타나자 애인을 빨래 바구니에 숨긴다. 그것을 다 보고 있던 루키우스(당나귀)가 바구니 옆을 지나가다가 애인의 손가락을 밟아 들키게 만드는 이야기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을 보는 듯하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근친상간까지 저지른 여신의 경우는 현실에 보는 막장, 드라마의 원조 격이다. 결정적인 것은 큐피드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사랑했던 프시케도 사랑이 욕망의 노예였음을 잘 드러낸다.
욕구, 욕심, 욕망, 사랑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사랑을 한다. 불순한 사랑의 실체다. 이러한 사랑을 플라톤은 순수성을 상실한 범 속(에로스)의 사랑이라 주장한다. 플라톤의 <향연> 중에는 인간의 사랑을 원래의 한 몸에서 두 몸으로 나뉜 고통, 그리고 다시 한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에서 기원한다 설명한다. 플라톤은 이러한 사랑을 천상의 사랑이라 한다. 사랑은 그 목적에 충실할 때 진정한 사랑이 된다고 한다. 모든 것에는 그 목적이 있다. 사랑에는 더욱 그렇다. 목적에 충실한 사랑이 아니라면 그것은 욕정의 변주가 된다. 플라톤의 사랑에 대한 이 형식의 이야기는 수천 년의 세월 앞에 다양하게 변주된다. 범 속의 사랑에 맞서 아풀레이우스는 ‘사랑은 사랑일 뿐’이라고 한다.
대개의 사물은 각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에 충실할 때 공동체의 지지를 받는다. 로맨스의 화신으로 불리는 프리실라가 있다. 음악가 엘비스의 연인으로 당대의 화재를 불러온 사랑이었다. 엘비스에게 사랑은 사탕발림의 사랑이었다. 아니 역설의 사랑이었다. 수많은 사랑은 고유의 목적을 벗어나고 사달이 나는 사랑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황금 당나귀>가 보여준 사랑은 다양한 육욕의 사랑을 통하여 역설과 한탄의 사랑 실체를 그려준 작품이다. 기본 줄거리 안에 포함된 10개의 액자소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품위 있는 것, 방탕한 것, 소름 끼치는 막장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서기 140년의 이야기지만 21세기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 사랑은 늘 진실하게 시작되는 것이 보편이다.
그래서 사랑은 사랑일 뿐이다. 사랑은 공동의 열망 안에서 흐르는 강물과 같은 것이다. 흐르는 사랑은 늘 새로운 환경으로 거듭나는 것들이다. 사랑은 태어난 시간부터 초월의 존재로 살아간다. 사랑은 영적 간구의 고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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