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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도 부끄러운 법치 후진국인가?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8월 19일(월) 16:42 가+가-
정부는 8월 13일 광복절을 앞두고 1,219명에 대해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하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섯 번째 ‘특사’다. 특별사면의 이유를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 경제성장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새로운 도약의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혹자는 남발이라 하고 혹자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한다. 여야가 뒤엉켜 싸워온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선거에 의해 공직에 진출한 선출직 공직자들, 대통령을 비롯한 지자체장, 국회의원의 경우 그들이 가지는 고유권한은 단 하나도 없다. 오직 국민과 해당되는 지역주민들이 위임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을 따름이며, 그 권한을 행사할 때에도 국민이나 주민의 뜻에 합당하게 행사하여야 함이 옳다고 하는 해석이 민주주의 기본 이념이다. 그래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인사는 ◌◌◌ 만의 고유권한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둥 이런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세다. 3심제에 의해 사법부가 최종 판결한 유죄 판결이 대통령사면에 의해 변경된다면 나라의 기초가 크게 흔들리는 일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아내는 길을 찾는 일이 우리의 과제다. 역대 대통령들의 특별 사면권행사로 정치인들이 특별대우를 받아왔다는 사실, ‘사면’이 있을 때마다 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지만 여·야를 막론한 권력 주변의 인물들이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앞장서지 못했음은 실로 개탄스럽다.
이 기회에 세계 주요국의 ‘사면제도’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사면제도’가 왜 잘못되었는가를 판단해 보자. 세계 각국의 법치에 관한 제도를 살펴보면, 사면제도를 갖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을 우선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공감하는 뚜렷한 원칙 없이 통치권자의 자비로운 은전인양 사면을 남발하는 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륙법의 ‘원조’ 격인 독일은 지난 60년간 사면을 딱 4차례 단행했다. 법치주의가 확고히 자리 잡고 국민들의 준법정신도 강해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면·복권 등이 시행되지 않는 것이다. 헌법·법률을 해석하는 최고 권위를 지닌 연방헌법재판소는 판례에서 “사면은 법률의 획일성이나 경직성, 수사 과정의 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만 실시할 수 있다”라고 밝힌다.
프랑스도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 특히 국가와 사회의 기본가치를 침해한 범법자들, 즉 부정부패 공직자와 선거법 위반 사범, 테러와 정치적 차별을 저지른 사람, 15세 미만 미성년자를 때린 폭행범, 마약·밀수 사범, 불법낙태 사범 등에 대해선 사면·복권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핀란드는 헌법에 “대통령은 특별한 경우 대법원에 자문해 사면해야 한다”라는 조항을 두었다. 사법부가 내린 유죄 판결이 ‘정치적 타협’에 의해 무시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덴마크는 행정부 각료를 지낸 인사에 대해선 사면이 금지돼 있다. 재직 당시의 권력이 컸던 만큼 퇴임 이후의 특혜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양원제 국가인 노르웨이에선 하원에 의해 소추된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본은 사면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재생보호심사회’란 기구를 법무부에 두고 있다. 사면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우선 심사위에 신청해야 한다. 심사위는 이렇게 신청받은 개별 사안들을 일일이 심사해 ‘사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만 추려내 그 명단을 법무부에 전달한다. 일본에선 사면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 또한 까다롭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징역 및 금고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각각 지난 다음에야 사면 신청이 가능하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다양한 사면제도를 갖고 있다. 국가 헌정질서에 충성을 맹세하는 조건으로 실시하는 ‘조건부 사면’, 검찰에 기소되기 전 수사 단계에서 이뤄지는 ‘기소 전 사면’, 그리고 ‘기소 후 사면’ 등이 있다. 기소 후 사면 절차는 비교적 까다롭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법무부에 설치된 사면국이 사면 희망자들의 청원을 접수해 면밀히 심사한다. 사면국장이 개별 청원의 수락 또는 거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제출하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청원 남용을 막기 위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석방 이후 5년, 실형을 제외한 유죄판결의 경우 형 확정일로부터 5년이 지난 다음에야 청원서를 낼 수 있도록 법제화했다.
몇 군데 주요국의 사면제도를 살펴보았다. 놀랍지 않은가? 대륙법체계를 따르고 있는 우리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가 답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면제도는 전제국가에나 있을법한 제도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다. 반드시 손질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사법부의 3심제에 의한 최종 유죄 판결이 정치적 타협물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튼튼한 존립은 입법, 사법, 행정의 건전한 견제와 균형의 탄탄한 “세 기둥”이다. 정치인의 특별사면은 없어야 한다. 유죄판결을 받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는 바이러스들이 대한민국의 깨끗한 혈관을 돌면서 각종 질병을 마구 만들어 내고 있어 치료하기 바빠 미래를 설계할 여력이 없다. “사면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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