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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와 대화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8월 13일(화) 16:42 가+가-
펄펄 끓는 무더위에 지친 학인은 AI에게 무료영화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의 영화를 권해주며 TV 영상을 열어 주었다. 학인은 더위를 식혀줄 영화를 생각했지만, 의외 추천이다. 하지만 다윗의 첫 화면에 빨려들고 말았다. 다윗은 이스라엘(2대)의 위대한 왕이지만 시인으로도 분류된다. 시편 150편에서 무려 80여 편의 시를 다윗이 만들었다.
다윗은 자연계를 바라보면서 자연이 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발견한다(19편). 시인이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장면이다. “신이 창조한 창조물이기에 자연은 역시 신을 찬양하는구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윗뿐 아니라 자연을 주제로 한 시는 많다. 미국 시인의 아버지로 불리며 <풀잎>의 월트 휘트먼은 1835년 뉴욕의 식자공으로 일을 하다가 각종 신문 편집에 종사한다. 1855년에 <풀잎> 시집을 펴낸다. 시인은 <풀잎>을 통해 미국인이 넓고 관대한 정신을 가질 것과 정치적 자유를 마음껏 누릴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휘트먼은 풀잎으로 미국에서 시인 대통령으로 추앙받는다. 나무나 풀을 통하여 인간의 정서를 만든 경우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나무에 “밍기뉴”라는 이름도 주었다. 주인공 제제는 이 나무를 통하여 간혹 ‘슈르르카’로 부르며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슈르르카는 맛있는 빵과 연관된 의미로 짐작이 된다. 우리나라에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기인하는지 몰라는 ‘슈르르카’라는 제과점이 많다. 현대백화점에도 있는 제과점 이름이다.
라임의 줄거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근처에서 사는 철부지 다섯 살 사내아이 제제가 등장한다. 제제는 정신적 사춘기가 지나치게 빨리 온다. 누나와 형, 남동생과 함께 가난하게 사는 제제는 가족에게 냉대를 받는다. 때론 매질도 당한다. 사춘기가 빨리 온 연유로 보인다. 사실 제재가 작중에서 받는 대접은 그야말로 아동학대다. 제제 역시 악동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받는 폭력은 거의 준살인급 행위다.
제제는 외로울 때면 ‘밍기슈’와 대화를 한다. 작품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래 동화와 같다. 외국에서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 작품이 아니다. 유독 한국에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사랑을 받고 있다.
제제는 양아버지가 몸져누운 뒤에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양아버지가 몸져눕고 제제는 첫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방랑하게 된다. 그렇게 제제는 어른으로 성장해간다.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나무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며 꾸준하게 연구한다.
학인이 알고 있는 권사님은 은사가 충만하다. 하루는 권사님 집 정원에 있는 해송이 갑자기 병이 들어 시들시들해졌다. 권사님은 나무를 향하여 “회개하라”라며 강하게 책망을 하자 이후부터 나무가 회생했다고 한다. 또한, 새벽에 동틀 무렵 정원에 나갔다가 활짝 핀 꽃이 신과 찬양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다. 언젠가 신문에 나무들이 절도범을 식별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자연이나 종교는 인간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계의 오묘함 때문일 것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직접 나무에 관한 것은 아니다. 자연과 꽃, 그리고 한국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감성적인 시로 분류된다. 나무와 식물을 통한 감정의 표현이 잘 나타나 있다.
정호승 시인은 “나무가 된 사람” 시를 통하여 인간의 삶과 감정을 비유적으로 시의 건축을 하였다.
아무도 찾지 않는/바람 부는 언덕에/이름 모를 잡초야/한 송이 꽃이라면/향기라도 있을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잡초라네/발이라도 있으면은/님 찾아갈 텐데/손이라도 있으면은/님부를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가진 게 없어/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아무도 찾지 않는/바람 부는 언덕에/이름 모를 잡초야/한 송이 꽃이라면/향기라도 있을 텐데/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잡초라네/발이라도 있으면은/님 찾아갈 텐데/손이라도 있으면은/님 부를 텐데/이것저것아무것도/가진 게 없어/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나훈아 음악가가 1982년 발표한 <잡초>다. 나훈아는 잡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잡초에 담아 마음을 움직였다.
마음이 헤맬 때, 몸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이 자연이다. 그래서 자연은 치유의 역사를 가진다.
장마가 끝나면 잡초의 세상이 온다. 한여름엔 ‘여뀌’ ‘왕고들빼기’ ‘돼지풀’과 친구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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