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가치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7월 24일(수) 16:43 가+가-

어떤 사람이 길가에서 나무 싹이 두꺼운 시멘트 바닥을 뚫고 창백한 머리를 내민 것을 보았다. 그는 신기한 호기심 때문에 그 시멘트 바닥을 파보았다. 여덟 치나 깊이 파 들어가서야 한 작은 씨앗에서 싹이 돋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서 그 씨앗은 오랜 세월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멘트 바닥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서 그 씨앗에 닿을 때 비로소 생명이 움직여서 싹을 틔워 햇빛을 찾아 기어올라 온 것이다. 그 씨앗은 그 속에 생명의 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작은 씨앗이 품고 있던 생명의 힘이다. 이 생명의 가치는 크고도 놀랍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 생명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을까?
영양이라는 동물이 있다. 이들은 산에서 수천 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산양의 일종이다. 이 양은 이유 없이 집단으로 달리기를 시작하여 나중에는 모두 다 절벽에 떨어져 죽는 특이점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학자들은 이 양들이 집단으로 자살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서 자살할 수 있는 동물은 유일하게 사람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학자가 결국 영양이 집단으로 몰사하는 이유를 밝혀냈다. 수천 마리가 무리 지어 가다가 풀밭을 만나 풀을 뜯어 먹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앞에 있는 영양들이 풀을 뜯어 먹고 짓밟으며 가기 때문에 뒤에 있는 영양들은 도무지 풀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뒤쪽에 있는 영양들이 풀을 먹기 위해 자꾸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영양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자꾸 뒤에서 민다. 앞에 있는 영양은 뒤에 있는 영양이 미니까 걸음이 빨라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뛰게 된다. 그 영양들은 자기들이 뛰는 이유를 모르고 그저 앞에서 뛰니까 뒤에서 뛰고 뒤에서 뛰니까 앞에서 뛸 뿐이다. 생각 없이 그렇게 그냥 열심히 달리다 보면 벼랑에 다다라서도 멈출 수가 없다. 결국 앞의 양들은 멈추고 싶어도 떠밀려서 벼랑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수천 마리가 다 몰사한다.
영양들의 무작정 달리기와 죽음에서 우리는 무엇을 엿볼 수 있을까?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참 열심히 산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영양과 같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숨차게 뛰는지 모른다.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펠프스는 말했다. “삶을 지배하는 거대한 힘 가운데 하나는 뚜렷한 목적을 갖는 것이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할 때 목소리와 옷차림, 외모와 동작 하나하나까지 변화하게 마련이다” 삶의 가치는 무작정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향해 나아가냐에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당신은 아무 의미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10월의 끝을 맞이하는 멕시코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곧 축제다. 10월 말에서 11월 초, 말 그대로 ‘죽은 자들의 날(Dia de los Muertos)’이라는 멕시코 최대의 명절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다. 무시무시한 해골 모양이 사방팔방 인형과 조형물로 나타나고, 해골 분장을 한 사람들은 테킬라나 장난감을 바리바리 싸 들고는 가족과 친구의 묘지를 찾아간다. 노란 마리골드로 꽃길을 꾸며 죽은 이의 영혼을 집으로 이끌고, 제단에는 한가득 촛불을 켜서 돌아온 망자를 환영한다. 일 년에 한 번 세상을 떠난 이들이 다시 찾아와 축복을 전하는 기쁜 날인 셈이다. 해골 모양의 빵과 사탕을 나누며 그들이 바라는 건 ‘기억의 부활’이다. 무덤 곁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밤을 보내며 떠난 이가 즐겼던 음식을 먹고 좋아했던 음악을 함께 듣는다. 살아 있는 자들이 망자들을 더는 기억하지 않을 때 영원히 사라진다고 믿기에, 그들을 기억하는 의식인 것이다. 그렇게 망자들을 기억하는 것 외에도 멕시코 사람들이 삶에 대하는태도는 지금 바로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가장 귀하고 소중한 삶이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생명보다 귀한 것은 세상에 없다. 그 생명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다. 죽음으로 인해 우리는 생명의 가치를 안다. 하지만 이 귀한 생명을 의미 없이 목적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 생명에는 의미와 목적이 함께 해야 더욱 빛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삶은 귀하다. 부디 귀하고 아름답게 여기며 복되게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