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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는 것의 소중함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7월 23일(화) 16:33 가+가-
시(詩) 강의실에서는 부연 설명하는 것을 미련 없이 버리라 한다. 내가 경험한 주제나 소재, 직관을 그와 연상하는 이미지로 바꾸기가 시의 이미지다. 이론은 시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의 장르, 정치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에 해당한다. 이와 비슷한 유명한 일화가 로마의 교황청에도 있었다. 조찬 커피를 마시며 교황이 미켈란젤로(Michelangelo, 1475~1564)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다비드상’ 같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아주 간단합니다. ‘다비드’와 관련 없는 것은 다 버렸습니다”
성공한 사람을 연구한 롤프 도벨리(Rolf Dobelli)가 있다. 그는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 질문을 많이 한 연구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는 답변은 들어보지 못했다. 가령 “운이 좋았다”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라는 식의 답변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 그들은 자신이 하지 않아야 할 것들, 피하려고 했던 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반대 의견에 귀를 닿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 수 있어도 내가 즐겁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지도자로서 온당하지 못한 곳에 재물을 투자하지 않았다. 더더욱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시대와 역행하는 일을 멀리하였다는 말이다.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한다. 또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무엇이 우리의 행복과 성공을 파괴하는지이다. 행복이나 성공이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은 미켈란젤로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비드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비드를 제외한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시를 공부하는 것도 다비드와 같은 것이다. 무엇인가 많은 것을 짧은 행간에 넣고자 한다. 자고 나서 보면 시가 아니라 나의 얕은 지식을 전하려는 언어들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움직이는 인물이 600여 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국회 상하의원은 600명이다. 3억 5000만의 인구에 실질적으로 미국을 이끄는 사람은 600여 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이끄는 것이냐. 그것도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지도자 600명이 미국을 이끌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분석에 나의 작은 정치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변함이 없이 그 이론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한 미국이 민주주의에 위기에 고민하고 있다는 최근 분석이다.
한국을 움직이는 지도자는 몇 명이 될까? 한국의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한국은 5000만여 명의 인구에 그 절반인 300명이다. 한국을 이끄는 지도자는 300명의 국회도 아니다. 국민 모두의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다. 이 같은 한국의 형태는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기 힘들다. 조선의 역사는 절대 군주의 힘으로 본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민중의 참여였다. 민중 참여의식은 동학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사정권에 4·19 학생운동이 나온다. 국민은 특정 지도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었다. 5·18도 예외는 아니다. 군사정권에 분연히 항거한 것은 민중의 여론과 힘이었다. 촛불이 정권을 간여한 것도 민중의 힘이다.
특정인들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검사는 학교 관련 수사를 많이 하여서 교육을 안다는 말을 하여 비웃음이 되었다. 이는 군사정권에서 머리가 좋은 육사 출신이 정치를 안다는 이론과 같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실패할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다분히 오류가 있다. 그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가 아닌 파멸에 이른다. 세상에 오류를 범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얼마나 오류를 인정하고 함정에 빠지려 들지 않나 하는 노력이다.
지혜로운 자의 대열에 서는 것은 자신에 달려있다.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 사람을 천재라 한다. 천재들은 다비드와 관련이 없는 것을 버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시가 그렇다. 그래서 시는 어렵다. 변하지 않는 것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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