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달라도, 불편해도, “만남”과 “대화”로 미래를 열어가자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5월 20일(월) 16:54 가+가-

금년 4월 10일 있었던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의 정치권에서 하는 평가는 당연히 자당에 유리한 평가를 내놓았지만, 석학들과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국민의 평가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양극화와 지역 쏠림 현상이 지나치게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여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많은 석학들의 염려와 기대가 한꺼번에 증폭되고 있다. 마침 이것과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설문조사내용이 있어 이를 일부 인용 한다(5월 16일 자 한겨레신문과 매일경제신문)
최근 미국 싱크탱크인 시카고 국제문제위원회는 국제문제 오피니언 리더 600여 명에게 미국의 최대 위협 요인을 물었다. 무려 73%가 정치 양극화를 최고로 꼽아 전통적 위협인 북한, 중국, 러시아를 크게 앞질렀다. 양극화가 의회정치를 마비시키고 정책 발전과 혁신을 저해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크게 손상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한국 역시 정치 세력 사이에 분노와 혐오, 대립, 반대를 위한 반대가 일상화된 양극화 국가다. 양 진영은 상대방을 비도덕적·비애국적 집단으로 적대시하고 나아가 정치권에서 퇴출을 꾀하는 권위주의적 경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반대편의 성공을 저지하는 것이 국익 추구보다 우선시 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렇듯 양극화의 폐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은 이런 추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나타나는 양극화가 보수·진보 이념과 정책을 둘러싼 대결 구도라면, 한국의 경우는 이념보다 진영과 지역의 지도자에 대한 감정적·정파적 양극 구도라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 방향이나 성과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같은 개인적 성향에 대한 심판이고, 여당의 거대 야당 심판, 혹은 이·조 심판 역시 인물 심판이었다. 이념적 양극화가 아니라는 점은 유권자의 중도 성향이 폭넓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28명을 대상으로 4·10 총선 후 지난 4월 12일부터 16일까지 실시한 패널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묻는 질문에 61%가 중도라 대답했으며, 진보와 보수는 각각 20%와 19%였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자는 보수 52%, 중도 45.4%, 진보 2.6%로 구성돼 있으며, 민주당의 경우는 중도 49.1%, 진보 46.9%, 보수 4.0% 순이었다. 양당은 이념 정당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와 진보, 중도가 혼재돼 있다. 다수당의 횡포라 할, 소수 정당의 득표를 보정해 준다는 취지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또다시 위성정당 출현으로 오히려 거대 양당제가 강화됐다. 또 그간의 여러 조사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준다. 몇 개만 인용하자.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멕시코,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아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갈등지수, 2016년 기준), ‘국민의 51%는 여야 정당 간 대립과 갈등이 과거보다 커졌다 생각하고, 58%는 민주주의 등 여러 측면에서 사회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겨레, 2022년 12월 기준), ‘국민 41%는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과 밥도 같이 먹기 싫다고 한다’ (조선일보, 2022년 12월 기준), ‘국민의 절반 이상은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이나 또는 자녀의 결혼 상대가 되는 게 불편하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2023년 12월).
필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회갈등현상은 이보다 훨씬 더한 중병 수준이다. 각계각층을 허물없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기에 말하지만 전라도가 유독 심한 것 같다. 이 같은 현상은 오랫동안 차별대우를 받아온 피해의식이 몸에 남아있고, 토론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열린 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황현숙 이사는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황금 열쇠는 아니지만, 대화 없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통섭’의 과학자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기 전에, 또 거리로 뛰쳐나가기 전에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얘기한다면 이렇게까지 ‘지옥 같은 사회’에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한다. 우리는 만나는 것만으로도 많은 매듭이 풀리는 걸 경험으로 안다.
필자는 TV종합편성 프로그램 측에 제안한다. 정치인들만을 패널로 참여시키지 말고 요일별로 각계각층을 망라한 범국민적인 참여와 사회의 주요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어서 정치를 비롯한 사회전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여나가도록 건의한다. 프로그램 진행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 한다. 토론과 대화의장을 넓힐 수 있으며,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가는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불편해도 생각이 달라도 만남과 대화의 장을 통해 우리 미래를 위해 나의 생각을 조금씩 양보해 가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조성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