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이룬 ‘해병대 명예’ 누가 무너뜨리는가?
박성민 논설위원 편집국 국장 (진도 담당)
작성 : 2024년 05월 09일(목) 16:41 가+가-

‘귀신잡는 해병’, ‘무적해병’이라는 명예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았다. 6.25전쟁으로풍전등화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해병대 단독으로 통영 상륙작전을 성공시킨 해병대. 무적해병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베트남 짜빈동 지역에서 해병1개 중대병력이 북베트남군 2개 연대와 게릴라1개대대 병력과 4시간의 사투를 벌여 월남전에서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다.
뉴욕 타임즈 마가렛 하킨즈기자는 한국 해병대 대승을 극찬하면서 이후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해병대의 명예는 모두 선배 해병의 피와 땀으로 이뤄낸 국가를 사랑하는 해병 정신에서 나왔다.
그런데 국가전략 기동부대 해병대 명예가 채 해병 사망 사고후 수뇌부의 애매한 태도때문에 곤두박질친자. 해병대 명예를 아끼면서 보호해야 할 자리인 김계환사령관과 임성근 1사단장. 왜 이들은 채 해병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는 당사자이지만 제3자 입장을 취하는지 궁금하다.
해병대 전투력은 차제에 두더라도 해병대는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남자다움, 의리와 단합력이 높게 평가받아 왔다.
해병대를 제대한 예비역 모임인 ‘해병대전우회’는 보수성향 단체지만 중도에 가까운 단체로 극우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해병대 연합회가 채 해병 사망사고의 국회 특검 수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 해병대다운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폭우로 실종된 실종자 수색에 나선 채 해병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이종섭 전국방부 장관에게 사건수사 결과를 보고했고 장관은 경북경찰청으로 사건 이첩 결정 하루만에 번복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수사단이 작성한 임성근사단장을 비롯한 박상현7여단장 등 8명의 과실치사혐의를 재조정해 경찰로 서류를 재이첩했다. 왜 국방부는 수사단과 협의도 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했을까? 의혹의 핵심이다. 국방부는 이첩을 강행한 박정훈대령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해 재판중이다.
수사외압을 처음 폭로한 박정훈대령은 사건의 중심에 국방부가 있고 그 뒤에 국방부를 움직인 VIP격노설을 제기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박정훈대령측은 VIP가 격노후 경찰청에 넘긴 사건자료를 국방부가 회수후 재조정해 재이첩했다는 의견이다. 사건 개입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다.
국회 증언에 나선 해병대 김계환사령관은 VIP 격노설을 부인했다. 박종훈 전수사단장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아쉽다. 박 대령을 보호해야할 위치인 사령관이 박 대령과 맞서고 있으니 말이다.
총선이 끝난 4월11일 지휘서신을 통해 김계환해병대사령관은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는 심경을 내부전산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계환 사령관의 지휘서신은 직접 말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사령관이 진실을 말했다면 사건이 지금처럼 일파만파로 번졌을까? 의외로 사건이 쉽게 끝났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그 시기는 지났다.
사건의 주요 지휘라인 임성근1사단장과 김계환사령관 국방부장관 모두 제3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본다는 생각이다. 당사자면서 왜 제3자 입장을 취하는가?
사건의 핵심에 서있던 이종섭 전국방장관의 도피성 출국 등 사건의 모양새가 의혹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누가 이처럼 일을 키웠을까? 사건처리가 매우 서툴다.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청년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 국방부와 해병대 수뇌부가 사건 축소 개입 의혹의 핵심 세력이 됐다. 황당하다.
공수처가 현재 채 해병사망사고를 수사하면서 김계환사령관과 관련자의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수사 인력 부족으로 의혹 해소에 한계는 이미 노출됐다.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재방 방지대책, 실종자 수색시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유, 지휘체계에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이런 일은 오히려 국방부와 해병대가 발 벗고 나서서 오래전에 밝혔어야 했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 이제는 특검에서 사건의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국군은 20만명의 간부와 30만명의 병역의무자로 이뤄졌다. 국방의무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국민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해병을 상징하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once marine forever marine)’은 사령관과 사단장에게도 적용된다. 해병다운 태도를 보여 선배 해병이 쌓아 올린 명예를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