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하고 까칠한 한반도?… 희망을 쏘아 올려보자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4월 22일(월) 16:32 가+가-

최근 총선이 끝나고 정치권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통령의 인적쇄신 일환으로 총리를 비롯한 비서실장 등에 야당인사 하마평과 관련하여, 야당인사의 야당파기니, 여당인사의 여기가 민주당이냐 등 나름 비판하는 견해들을 보면 나라의 미래나 국민의 뜻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자들로 꽉 차 있다. 어수선하고 시끄럽기 짝이 없다. 대통령 취임 전에 탕평 인사를 주장했던 필자는 우리의 미래가 걱정된다. 나라를 위하는 큰 그림을 그려 나가도록 진실 어린 조언을 해 주는 사람들은 없고, 넘쳐나는 권력에 벌써부터 취해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선당 후사가 아닌 선민 후당이 되어야 한다.
민생지원금 1인당 25만 원 관련해서도 대통령과 야당의 견해차가 뚜렷하여 국정운영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의 금리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로서는 경제마저도 불확실한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북한마저 시도 때도 없이 도발을 일삼고 있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돌이켜 보면 어느 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크고 작은 위기라 할 수 있는 고비들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유사했던 천년로마제국의 기반을 닦아냈던 원동력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사례를 열거한다. 로마가 천년제국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그 사회의 귀감이 되었던 3가지를 살펴보면서 지금의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첫째, 관용주의(클레멘티아)를 실천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율리우스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를 제압하고 로마 최고 권력자로 등극하게 되었을 때 부하들이 내미는 살생부를 모든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불에 태우면서, ‘우리 로마는 이제 하나다’고 선언하면서 ‘관용주의’를 선포하였다. 둘째, 이를 실천하는 본보기로 우리 편이든 상대방이든 화합의 정치를 선언하였으며 인재를 고루 등용하는 탕평인사를 함으로써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하나가 되는 견고한 로마를 만들었다. 셋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이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써,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으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솔선 참여하는 전통을 세웠다. 이러한 몇 가지 요인들이 천년동안 로마를 지탱해 왔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세계의 역사학자들은 입을 모았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위에서 살펴본 천년로마제국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관용주의’, ‘탕평인사’,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덕목은 우리의 왕조시대부터 권력을 잡은 어느 정권이든 지금까지 시행해 본 일이 없다. 지난 과거의 역사를 더듬어 보아도, 작금의 우리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은 위의 3가지 요인을 실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스캔들과 정통성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솔직히 출발은 그럴듯한데 임기 말에 구설수에 오르는 스캔들이 발생하곤 하였다. 우리 국민은 정직하고 도덕적이며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갈망하고 있다. 그 일은 전적으로 유권자로 투표하는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TV 연예 프로그램 내용이다. 유치원생,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에게 장래 희망에 대해 질문했다. 장래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 초등학교 3학년 생은 ‘살아남기’였다. 학교생활에서, 학원 생활에서 살아남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은 숙제가 너무 많아서 숙제를 줄여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TV를 보던 패널들도 모두 놀랐다고 한다. 나는 싸움 잘하는 국회의원이 꿈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혹시라도 있을까 봐 노심초사하였는데 염려 붙들어 매도 좋겠다. 노는 게 제일 좋은 아이들에게 연예 프로그램은 말미에서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아이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일정한 날짜를 정해놓고 하고 싶은 것 하는 거였다. 자율에서 창의성이 나오고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며, 다양한 경험과 세계를 탐구하게 되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세대들이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만 한다.
국회의원은 명실 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지도자들이 아닌가? 최고의 덕목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찬란한 꿈을 제시하고, 보여주고, 같이 실천해 가는 일꾼의 모습이다. 유한한 권력을 누리고, 군림하며 이를 위해 싸움하는 모습만을 보여 준다면 미래세대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이 미래세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싸움하는 모습이 아니라 ‘관용’하고, 여야 구분 없이 인재를 ‘고루 등용’하며, 지도층과 권력을 가진 자와 고소득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제발 존경받는 국회의원들이 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