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시험문제 거래’ 사실로… 배우자와 짜고 출판사 운영
감사원, 교사·학원 관계자 등 56명 경찰에 수사 요청
피라미드식 조직적 전개… 배우자와 출판사까지 운영
거래이력 숨기고 수능 출제위원 참여… 학교시험 출제
작성 : 2024년 03월 11일(월) 17:43 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사교육업체에 수능·내신 예상문제를 팔고 고액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 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사교육업체와의 거래 이력을 숨기고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사교육업체에 판 문제를 학교 시험에 출제했다. 배우자와 짜고 출판업체를 차린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교사와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업무방해와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56명 중 27명이 현직 교사다. 대학교수 1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4명, 전직 입학사정관 1명, 사교육업체 관련자 23명이다.
또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다수 교사에 대해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감사는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유착 관계,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제기된 데 따라 지난해 9~12월 약 4개월간 이뤄졌다.
교사와 사교육업체 간 수능·내신 문항 거래는 만연해 있고 그 수법은 조직적이고 다양했다.
수능 검토위원 경력이 있는 교사 I씨는 수능·모의평가 출제 합숙 중 알게 된 검토 및 출제위원 참여경력의 교원 8명을 포섭해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꾸린 뒤 2019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사교육 업체에 2000여 개 문항을 제작·공급했다.
I씨 조직이 받아 챙긴 부당 수익은 6억6000만원에 달한다. I씨는 이 중 3억9000만 원은 참여 교사들에게 나눠줬고 나머지 2억7000만원은 자신의 문항 제작비와 알선비 명목으로 챙겼다. 세금을 빼돌리기 위해 자신의 배우자 등의 명의 계좌로 2억1000만 원을 수수한 사실도 발각됐다.
사교육업체 거래 이력을 숨기고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케이스도 수두룩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관리규정’ 등에 따르면 과거 3년간 모의고사 문항 판매를 포함해 수험서 집필 실적이 있는 경우 출제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평가원 수능 업무 관례상 파견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위촉하므로 면접 시 사교육업체 관련 여부도 확인하게 돼 있다.
교사 J씨는 2020년부터 I씨의 문항공급조직에 참여해 문항을 제작·공급하던 중 2022년 1월 평가원으로부터 파견 근무를 요청 받았다.
그러나 면접 당시 ‘최근 3년간 상업용 수험서 집필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도 거짓 답변을 해 그 해 3월부터 파견교사로 근무했으며, 평가원 근무 중에도 I씨와 함께 문항 거래를 계속하면서 출제위원 위촉 시마다 사교육업체 거래 사실이 없는 것처럼 ‘출제위원 후보자 자격심사자료’를 작성해 2022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5차례나 참여했다.
J씨는 거래 사실을 숨기려고 부인 명의로 금품을 받아 챙긴 뒤 참여 교사들과 나눠 가졌다.
고교 교사 K씨는 2016년 유명 학원강사의 의뢰로 수능 경향을 반영한 고난도 문항을 제작·공급하기 시작한 후 2019년에 또 다른 교사 L씨와 M씨를 포섭해 2000여 문항을 제작·공급하고 3억2000만 원을 수수했다. 이들은 평가원에서 수능 또는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 참여를 위촉하자 학원강사와 문항 거래가 없는 것으로 자격심사자료를 꾸며냈다.
그 결과 K씨는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L씨는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M씨는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각각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고교 교사 P씨는 201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온라인 사교육업체에 내신 예상 문항 7000여 개를 제작·공급한 후 그 대가로 8300만 원을 수수했다. 2019~2021년에는 이 업체에 공급한 8개 문항을 소속 학교의 중간·기말시험에 출제하기까지 했다.
O씨는 EBS 교재 지문은 그대로 활용하고 문제 유형만 최신 수능 경향에 맞춰 변형하도록 청탁받고선 EBS 교재 개발과정에서 지득한 모든 사실을 EBS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외부에 공개·공표·유출하지 않겠다는 ‘EBS 보안서약서’를 어기고 집필진에게 제공하는 파일을 빼돌렸다.
이런 수법으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EBS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만든 변형 문항만 8000여 개에 이른다. 특히 학생들이 빨리 구입하기 원하는 수능연계교재의 경우 EBS 교재 출간 전에 5000여 개의 변형 문항을 만들어 이 중 1000여 개는 교재가 출간되기 5~26일 전에 강사에게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과정 중 2019년 강사에 공급한 문항 중 13개 문항은 같은 해 소속 학교의 중간 및 기말고사에 그대로 또는 일부 변형 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