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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괴로움을 이기는 선비정신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 저자
작성 : 2023년 10월 10일(화) 16:44 가+가-
유교가 정치를 끌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조선왕조 시대는 물론,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시대의 정치까지는 나름, 정치의 공식이 있었고 낭만의 정치였다. 수학에서 구구법과 나누기가 공식의 기초이듯, 정치라는 것에도 그랬다.
모리배의 거리, 밤의 정치라지만 공식 안에서 기행의 술수도 넉넉하게 진행되었다.
문단도 마찬가지다. 선비가 살아가는 방식은 정치, 종교, 경제에서 선비 중심으로 사회는 돌아갔다. 새해가 되면 대학의 총장이나 작가들의 새해 소망을 듣는 것이 하나의 상식이다. 이어령 작가나 김수환 추기경이 건네는 새해 덕담이 언론에 머리글로 어른스러웠다. 말속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청정의 말씀이다. 언론은 지금처럼 거짓 보도를 하지 않았다. 한쪽, 편향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직시정론(直視正論)을 생명처럼 여겼다. 직시정론을 하다가 기관에 끌려가 병신이 되어 나와도 정신만은 선비로 살아가는 시절이 있었다.
오적(五賊)의 시인, 김지하도 그랬다.
‘중심의 괴로움’을 가지고 펜을 들었다.
시대는 시인에게 수없이 중심을 벗어나게 유혹도 하였다. 시인은 시를 통한 진실을 천명(天明)으로 여겼다.
오적의 시는 정치, 경제 각 분야 지도자에게 주는 훈계, 회초리의 시다. 오적은 사회에 파장을 주었다. 시인은 중앙정보부에 끌려간다. 시련을 겪으면서 선비의 푸른 심지를 놓지 않았다.
노을이여/나를 쳐라/내 마음을 쳐라/불타는 노을이여//새벽에나 겨우겨우 길 찾아 나서는 둔한 내 마음을/잠든 내 삶을 쳐라//맑은 샘물에다 구원 청하는/산란한 내 마음/더욱더 산란하게 쳐라//산란하여/아으/소리치며 벌떡 일어서게 쳐라//일어서 아무 때 아무 곳이든/뚜벅뚜벅 진흙 길 나서게 쳐라//쳐라 쳐라/힘차게 쳐라/사그라드는 애잔한 끝만 남은/덧없는 노을이여/노을이여/쳐라 쳐라.
김지하 시 (쳐라)전문
(쳐라)의 시에서 보듯 선비는 어느 경우에도 그 기상을 놓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교 사상이 지배한 선비정신은 한국의 굳은 얼을 지닌다.
시대는 변모한다. 언론의 직시정론은 사전적 의미가 되었다. 거기에 유튜브라는 언론이 생기면서 언론이 갖는 균형이 무너졌다. 개인 매체로 흐름을 탄 유튜브는 아무렇지 않게 욕설이 난무한다. 그렇게 진실을 허무하게 무지(無知)한 자들이 까불대는 지경이다. 교육과는 멀다. 자극적으로 선동에 초점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병리 상에 문인들이 동조하는 세상이 되었다, 잘못된 내용을 사실 인양 퍼 나르기를 한다. 선비라면 자기의 주장을 고뇌로 펴는 것이 선비다. 선비는 자신의 주체로 살아가는 것이다. 촛불을 켜고 공부하고 선학의 진리를 연구하는 것이 선비다.
잘못된 젊은이들이 경제 논리로 자극적인 주장에 이용되는 선비라면 그것은 김지하 선생과 같은 선배 시인에 결례가 된다.
김수영 시인을 우리는 지성의 시인이라 한다. 시인이 만든 시들은 후학 시인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윤동주 윤동주하고 민족 시인을 부르는 이유도 그의 시가 맑기 때문이다.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양심을 보인다.
선비는 내 안의 부는 바람을 잠재우는 자다. 그 바람에 휘둘린다면 선비가 아니다. 단재 신채호 사회학자는 선비정신으로 살다간 독립운동가다. 선비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세수(洗手)도 꿋꿋이 선체로 하였다.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앞서간 선비들은 그렇게 절개를 지키는 것을 선비정신으로 살았다.
갈팡질팡 마음이 요동치면 한겨울에도 개울가에 나가 목욕을 하고 책을 읽는 것이 선비정신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바람은 분다. 부산하고 시끄럽고 가끔은 쓸쓸하다. 그 쓸쓸함을 잠재고 펜을 드는 것이 선비다.
궤도를 이탈하는 별은 별똥이 된다. 궤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도는 것이 별의 시인이다. 불쑥불쑥 이탈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사람의 마음이다.
선비는 실존적 치열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 시대는 중심이 흔들리기 쉬운 시대다. 이 시대의 중심의 직접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선비정신이다.
자연 안에서, 삶의 새로움과 영원함을 말하는 것이 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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