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은 약인가? 독인가?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작성 : 2023년 09월 03일(일) 16:17 가+가-

‘독’은 우리 인체에 들어가면 큰 해를 입히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물질을 말한다. 16세기 독일의 의사인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 독이 없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화학물질들은 그 용량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건강보조제로 주목받고 있는 아연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연은 사람에게 하루 동안 약 10~14mg정도 필요하며, 복용 시 피부를 재생하거나 면역기능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반면 아연을 반복적으로 과잉 섭취하게 되면 구토나 설사, 근육통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결국 아연 중독에 걸릴 수 있다.
또한, 술이나 사탕, 소금과 같이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섭취하고 있는 물질들도 독이 될 수 있다. 독과 약의 차이는 그 물질이 가진 고유의 성질로 인한 것이 아닌 이를 얼마나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전 국민에게 충격과 공분을 샀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이 사건은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이어진 사건으로 의심 없이 믿고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용자들의 폐가 섬유화 (폐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는 현상)되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란 가습용 물에 첨가하여 공기 중에 분무하는 상품이다. 그렇다면 이 살균제는 왜 이런 불상사를 낳았을까? 사실 당시 판매되었던 가습기 살균제들은 제대로 안전 평가를 거친 제품들이 아니었고, 이 제품들에는 일명 PHMG-P라는 물질이 첨가돼 있었다. 이 물질은 장기간 흡입 시 천식과 폐섬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 때문에 사망한 피해자만 약 20,000명에 건강 피해자는 950,000명이다.
하지만 아직도 피해자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도 살충제 달걀, 유해 생리대 등에서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문제점이 이슈화되면서 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하는 ‘케미컬 포비아’가 국민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로 들어오게 된다. 예를 들어 식품의 색소나 보존제 등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은 입을 통해, 보일러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는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합성 화학물질이 음식물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경로에 대해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으로 나눠 설명한다. 식품에 첨가된 합성 화학물질을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경우가 직접적인 방법이고, 합성 화학물질을 섭취한 식물이나 동물을 사람이 2차적으로 섭취하는 경우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본다.
체내로 들어온 화학물질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72시간내에 거의 다 체외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50년 이상 몸속을 잔류하며 각종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몸의 독소 해독기관이다. 우리 몸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로부터 스스로 방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를 ‘면역조직’이라고 한다. 면역조직은 크게 항체, 백혈구, 대식세포(해로운 박테리아를 흡수하는 세포)로 이뤄져 있다.
체내로 화학물질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이것을 공격할 대상으로 판단해 해당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합성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독성이다. 특히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합성 화학물질이 체내에 너무 많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해독 기능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해 암, 각종 대사질환, 불임 등이 생기게 된다. 또한 체내에서 대사된 독성 물질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콩팥, 방광, 요관 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화학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노출 정도를 줄이면 어느 정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안전을 위해 생활 속에서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의 사용량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물질 최소화를 위해 생활 수칙으로 가공식품 섭취를 최소화하고, 유기농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또한, 주방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유리, 스테인리스, 도자기로 된 그릇을 사용하며, 집에서는 세제나 물 이외의 용매가 들어 있는 제품의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다.
화장품이나 옷 등을 구매할때도 화학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