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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 거스리기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08월 16일(수) 16:47 가+가-
오래전 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이 사는 정글 깊숙이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루는 그 부족 추장이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새끼 표범과 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깜짝 놀라 “이건 표범 새끼가 아니냐? 이놈은 죽여야 돼. 언젠가는 큰 표범이 될 거야.” 하며 창을 높이 쳐들었다. “안돼요! 추장님. 이놈은 지금까지 죽만 먹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순해요. 고기만 먹이지 않으면 돼요.” 하면서 아이들은 애원했다.
과연 표범 새끼는 매우 순했다.
아이들의 간절함에 결국 추장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새끼 표범을 바라보다가 그냥 돌아갔다.
그 후 아이들은 지극정성으로 새끼 표범을 보살폈다. 그렇게 아이들의 사랑으로 표범은 무럭무럭 자랐다.
죽과 우유 먹으며 아이들의 사랑으로 보살펴진 표범은 어느새 다 자린 어른 표범이 되었다. 표범은 아이들과 같이 뒹굴며 잘 놀았고, 이제는 어린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표범과 놀던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발을 잘못 밟아 벼랑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때 표범은 다른 재빠르게 벼랑을 뛰어내려 떨어진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무릎에 흐르는 피를 혀로 닦아주었다. 그 순간 표범은 표정이 변하며 자신도 모르게 피를 빨았다.
표범의 본성이 살아난 것이다. 표범은 그 큰 앞발을 들어 울고 있는 아이 가슴을 찢었고 뒤따라오는 아이들에게 뛰어들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마을 전체를 위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표범은 추장이 던진 창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미 표범이 휩쓸고 간 자리는 무시무시했다. 아프리카 정글 속 행복했던 작은 마을에 표범 한 마리를 용납함으로 슬픔과 두려움이 가득 찼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이 쓴 “지킬 박사와 하이드”란 책은 1886년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작이다. 책에 보면 어느 곳에 마음이 착하고 선한 일을 많이 하는 의사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흠모한 나머지 ‘저 사람이 혹시 천사가 사람이 되어 내려오지 아니하였는가?’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 동네에는 밤마다 무서운 사건이 일어났다. 살인, 방화, 절도, 소녀 유괴 등 끔찍한 범죄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어느 날 칼 경이란 유명 인사가 단장(지팡이)에 얻어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그 단장은 앤더슨이란 변호사가 지킬 박사에게 준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킬 박사의 집을 찾아갔더니 거기에는 지킬 박사의 옷을 입고 자살한 하이드가 있었다.
그렇게 드러난 사실은 지킬 박사는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이상한 약을 먹고 마음도 얼굴도 흉악해져서 하이드란 사람이 되어 밤마다 추잡한 생활을 하고 수많은 끔찍한 죄를 범하다가 결국 자살한 것이다.
천사같이 착한 사람 지킬 박사와 악마같이 악한 사람 하이드란 사람은 같은 사람이었다.
지킬 박사의 인간의 본성에서 선과 악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인격을 둘로 나누는 약을 개발하고 직접 실험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성공한다.
지킬은 이제 약만 먹으면 악한 하이드로 변신한 뒤, 다시 약을 먹으면 선한 지킬 박사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드의 악행이 점점 더 무자비하게 치달으면서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 지킬 박사는 하이드를 통제하려 하지만 오히려 시도 때도 없이 하이드로 변하며 그에게 지배당한다.
그렇게 회복제가 효력을 잃기에 이른다.
이 소설이 왜 명작으로 불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에게나 존재하는 본성을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비현실적이지만 메시지는 현실적이다. 우리의 마음속 선과 악을 둘러싼 인간의 이중인격을 드러내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말은 인간의 이중성을 뜻하는 익숙한 숙어가 됐다.
표범이 죽만 먹는다고 그 본성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 또한 인간이 과학적 연구나 노력으로 악한 본성을 없앨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 본성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 본성을 정확하게 알고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은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세계를 발견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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