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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 생각하는 마지막 종결어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6월 06일(화) 16:33 가+가-
권일송 시인은 시도반의 멘토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마주친 권일송 시인은 욘사마를 뺨치는 외모를 갖춘 미남이었다. 스포츠에 능하여 농구를 잘하였다. 열 개를 던지면 9할이 들어가는 명중률을 보였다.
항구 도시 목포. 바닷가에 건축된 문태고등학교는 시인을 배출하기에 적절한 목가적 분위기다.
눈앞에 갓바위가 펼쳐진다. 잠시 눈을 돌리면 아직은 간척지의 갯벌이 남아있는 운동장에 게들이 기어 나와 운동회를 한다.
멘토가 되어버린 선생님과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2년여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의 경제지 신문사에 논설위원으로 초빙되어 상경하였다. 목포를 떠나며 고별 시화전을 열었다. 글씨는 한국 최초 한글 대통령상을 받은 서희환 교수가 썼고, 그림은 수채와의 대가 배동신 화백이 그렸다.
선생은 시화전을 마무리하며 학교와도 정리되었다. 시도반은 시인의 시화전 수금을 도와 드린 것이 교단 시간, 전부가 되었다.
권 시인과 시도반은 서울 생활에서 다시 조우(遭遇)하였다. 선생님은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직을, 맞으며 신문사의 논설위원 생활은 계속되었다. 시인은 시도반이 재직했던 광운대학교 교가와 응원가를 작사하기도 했다. 장윤우 시인이 광운대학교 배지 도안을 했다. 장윤우 시인은 당시 성신 대학교 미술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장윤우 시인은 지금도 문단의 행사에서 만나면 광운대학교 배지 도안으로 거금의 고료를 받게 하여 주었다며 웃곤 한다.
시도반은 권일송 시인을 멘토로 두고도 스승에 대한 보답을, 못해 늘 송구하다.
권일송 시인은 지금까지 전집이 없다. 그렇다고 변변한 문학관도 없다. 다행인 것은 전북 순창이 고향인 선생님을 기리는 행사가 전주 문인협회에서 열리고 있다.
<표현>지의 편집장으로 있는 장교철 시인이 나서서 선생의 마을에 시비도 세웠다. 시비 설계는 장윤우 시인이다. 세상은 서로서로 보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광운대학교의 배지 도안을 한 장윤우 교수는 권 선생님께서 시도반에 추천하였다. 그런저런 연고로 보면 장 교수님도 권 선생님께 보답이 된 셈이다.
한 인간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종결어는 고인의 사회적 신분과 종교, 죽음의 순간에 대한 정보를 담는다. 입적, 소천, 환원…. 산화 등의 문구를 넣는다. 어느 유명인의 기념관에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망자를 떠메고 간 맨 마지막 단어들을 보게 한다. 경주 불국사 앞에는 목월(木月)과 동(東里) 기념관이 나란히 있다. 두 문인의 마지막이 사뭇 대비된다. 목월은 별세(別世), 동리는 신화(神化)로 되어 있다. 목월에 비해 동리는 지극한 단어를 얻고 있다. 이문구 소설가를 제자로 둔 덕이다.
같은 시인이라도 어떤 제자를 두었는가에 죽음의 순간에 대한 정보의 결과가 확연하게 다르다. 미당이 친일하였지만, 제자들의 보살핌으로 다른 친일 작가와는 비교되는 예우를 받기도 한다. 이는 대학에 교수로 재직한 문인들에게 특별한 경우로 연결된다.
전직 대통령도 국립공원으로 가지 못하고 검안사에 임시 봉안을 하는 일도 있다.
망우리에 가면 공동묘지가 있다. 그곳에는 ‘감히’라는 표현이 되는 문인, 화가들이 계신다. 방정환 선생이 계신가 하면 이중섭의 묘지도 있다. 소파 선생과 같은 분이 망우리에 계시는 것을 보면 마지막 종결어에 여러 생각이 든다.
최근 문덕수 시인의 문학관 건립을 위해 한국현대시협회에서 발 벗고 나서는 일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문 시인을 존경하는 의미도 있지만, 근간에 돌아가시고 문학지를 만든 유산의 업적도 크다. 더욱이 귀한 것은 문 선생님과 김규화 시인이 피와 땀으로 만든 ‘시문학’지를 당당하게 폐간하게 하였다. 세태가 세태인지라 선생님이 애지중지 아껴서 전통의 뿌리를 내린 잡지에 누가 되는 것을 염려한 것이다.
문단사에 없었던 청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추모에 대한 각근한 정성의 선비들이다. 당신과 고락을, 같이 하였던 후학들의 선행 손길이 영전에 거울과 같이 비친다.
같은 한국현대시인협회의 회장 직함을 가진 권일송 시인에게는 언제쯤 후학의 각근한, 뜻이 펼쳐드리게 될지 송구한 마음이다. 옷깃을 여미며 6월 6일에 머리 숙여 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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