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이 수출에 이어 취업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조업 취업 중심의 고용시장 어려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통계청 2023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2.1%) 줄어들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감소폭은 2020년 12월(-11만명)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자동차 등은 증가했으나, 반도체 불황으로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등에서 감소한 영향이다. 전기 장비, 기타 기계 전기 제조업 등도 부진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주로 제조업 부분에서도 분야별로 보면 반도체 등 수출 감소가 관련 업종에 영향을 미쳐서 제조업 취업자를 전반적으로 감소하게 만드는 그런 영향이 있었다”며 “앞으로 수출과 관련된 부분이, 반도체 관련된 수출 부분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마 제조업 취업자 부분에 대한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불황은 우리나라 수출에 이어 취업시장도 강타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3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2억7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하지만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적자는 11억3000억원 규모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승용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천연가스 원유 등 에너지류 수입이 감소하면서 상품수지가 일부 개선됐다. 수출은 564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1억6000만달러(-12.6%) 줄어들며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월 무역수지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4월 수출은 전년보다 14.2% 감소한 496억2000만 달러(66조5404억원), 수입은 13.3% 감소한 522억3000만 달러(70조404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월간 수출 감소는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 기간 수출 감소 기록이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계속되며 지난달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수출은 D램 등 제품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44억 달러(41.0%) 감소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가 제품가격 하락으로 큰 폭의 수출 감소세가 계속됐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가 29.3% 등 정보기술(IT) 품목 수출이 감소했으며, 석유제품 27.3%, 석유화학 23.8%, 철강 10.7% 등도 감소했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반등 시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수요를 분석해 보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이른 시일내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상존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3분기 반도체 경기 저점을 치고 올라가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일본과 함께 대 중국 견제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맞지 않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