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03월 15일(수) 16:50 가+가-

임계점(臨界點, The Critical Point)이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임계(臨界)의 한자어의 의미는 경계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단어는 본래 물리학 용어로, 어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꿀 때의 온도와 압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상태에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한계점이다.
이처럼 어떤 변화에는 기본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그 변화의 시간을 수용한다면 반드시 변화를 만난다는 자연스러운 물리적 법칙이다. 가장 쉬운 예로는 액체였던 물이 “0도”가 되면 고체로 얼기 시작하고, “100도”가 되면 끓으면서 기체로 변화하기 시작하는 시점, 그 한계점이 바로 임계점이다.
임계점은 물리학 외에도 있는데,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이륙하려면 반드시 순간속도 277Km를 넘어야 한다. 277Km라는 임계점의 속도에 이르러야 육중한 비행체가 뜨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나무 중에 ‘모죽’이라는 품종은 최고 양질(良質)의 대나무로 꼽힌다. 이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꿔도 싹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손가락만한 죽순이 돋아나 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서 최고 30m까지 성장한다.
그렇다면 왜 5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자라지 않았던 것일까? 의문을 가진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이 사방으로 수 십 미터나 넓게 뻗어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5년 동안 숨죽인 듯이 엄청난 뿌리를 뻗으며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뿌리가 완전히 내려진 후에야 당당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이 바로 모죽의 임계점인 것이다.
이와 같이 임계점은 과학 및 수학 용어지만 다른 곳에서 종종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흔히 한계를 넘어선다거나 견딜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래서 임계점은 변화를 위한 숙련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만 봤는데도 불구하고 다 아는 천재도 있지만, 죽도록 애써도 발전이 없는 사람도 있다. 안 될 것 같으면 미리 포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될 때까지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자면, 역사적으로 엽기적인 독서광이 있었다.
둔재 중의 둔재로 알려진 김득신(1604~1684)은 어머니가 꿈에 노자를 보고 낳아 아버지가 대성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아 지각이 발달하지 못해 노둔하여 글을 겨우 아홉 살에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득신의 아버지 김치는 이러한 아들을 질책하기보다 격려했다.
“학문의 성취가 늦는다고 성공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저 읽고 또 읽으면 반드시 대문장가가 될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게을리하지 마라” 김득신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했다. 그만큼 느리고 더디었지만 그는 성실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스무 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시를 지었을 때, 아버지는 그의 글을 뛰어나서가 아니라 둔재임이도 불구하고 노력이란 것을 통해 글을 지었다는 것에 감동했다.
그렇게 스스로 둔재임을 알았던 그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것을 이기고자 했다.
그는 한번 책을 잡으면 수없이 반복하여 읽었다. 그는 책을 읽는 횟수를 스스로 남기기도 했는데, 책을 보면 ‘백이전’ 이라는 책은 11만 3천 번을 읽었고, 1만 번 이상 읽은 것이 모두 36편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훗날 훌륭한 시인 뿐만 아니라 문과에 급제하여 문관이 되기에 이른다. 한계를 뛰어넘어 기적을 이룬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삶 속에서 간절히 바라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그 변화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시간을 수용할 수 있는 끈기와 지혜를 요구한다.
임계점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확한 시점을 모른다. 그렇기에 그 순간을 믿고 소망하며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고 꾸준하게 인내하며 노력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때가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