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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건, 질병의 사회적인 책임을 묻다
조경희 송원대학교 재활보건학과 교수
작성 : 2023년 03월 05일(일) 16:52 가+가-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사업장에서 화학물질의 사용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기업의 비용부담 능력의 부족이나 직업병 예방기술의 낙후 등으로 인해 많은 사업장에서 유기화합물이나 중금속 같은 화학적 요인과 소음·고열 등의 물리적 요인, 단순반복 작업이나 중량 취급 등의 인간공학적 요인에 의한 직업병 발생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경제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근로자들의 건강 보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음에 따라 산업보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보건이란 모든 근로자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작업환경에서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예방하여 생산능력을 높이고 작업에서 발생하는 피로와 체력 소모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근로자들이 많다. 이들은 본인의 나약한 간을 원망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래 일하고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며, 상사 또는 고객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아무리 건강한 간도 쉽게 피로에서 회복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작업장에서 발암성 물질을 포함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흡입하게 된다면 퇴근 후 아무리 깨끗이 씻어낸다고 해도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물질은 몸속에 들어와 여기저기 퍼져나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직업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직업병의 역사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건은 ‘문송면 사건’이다. 1988년 당시 중학생이였던 문송면 학생은 15세의 소년 노동자였다. 공장에서 근무하며 온도계에 수은을 넣는 일을 담당했다. 이 소년은 어느 날부턴가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으나, 단순 감기 증상이라고 생각하여 병원에서 감기약을 받아먹었으나 약이 잘 듣지 않았다.
증세는 점차 악화되어 전신발작까지 나타나게 되었고, 이후 여러 병원과 한의원을 전전하였지만 차도가 없었으며, 원인조차 밝혀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소년의 병은 수은에 중독되어 발생한 직업병이었다. 우연히 한 의사로부터 어디에서 일하다가 이렇게 되었냐는 물음을 받게 되었고, 그제서야 수은에 중독된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년은 얼마 뒤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직업병을 사회문제로 삼는 불씨가 되었고, 산업보건 분야의 시초가 되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까? 아쉽게도 아직까지 다양한 일터에서 갖가지 직업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근로자와 유족들이 직업병을 인정받기 위해 기업체 또는 정부와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들은 중소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직업병에 대한 위험은 사업장의 크기와 업종을 불문하고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이윤’을 따라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에서도 근로자들이 백혈병과 희귀질환을 앓으며 평생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가고 있고,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의 횡포와 사업주의 방치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던 팔다리, 어깨, 허리가 아픈 골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직업병은 어느 특정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적인 문제이다.
최근에는 소방공무원들의 직업병 문제들도 많이 이슈화되고 있다. 소방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투철한 봉사 정신을 가지고 각종 사고나 재해 현장으로 뛰어들어 인명구조나 구급활동 등을 수행한다.
특히 화재진압작업의 경우 고열 및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화학물질에 상시 노출된다. 이 같은 작업환경으로 인해 가볍게는 호흡기질환에서부터 심하게는 발암물질 노출로 인한 암 발생과 심하게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질병과 공무와의 연관성을 피해자나 유족들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러므로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준처럼 위험 직종에서 공무상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직권등록제 등을 도입하고 보훈제도에 대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넘어서 일을 통해 행복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삶보다 이윤이 우선’인 일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일의 과정과 결과에서 정작 일하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구조와 생각은 변해야 할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일의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을 때 일터와 사회의 건강은 비로소 온전할 수 있으며, 근로자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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