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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소통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03월 01일(수) 16:45 가+가-
1979년 뉴욕에서는 일본의 유명한 사진작가의 사진 전시회가 있었다. 고독이라는 제호에 작가는 “한 인간의 고독”이라고 부재를 붙였다. 사진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다. 어느 추운 새벽녘의 방안 풍경은 뿌옇게 냉기가 드리워진 창가 옆에 불이 꺼진 석유난로가 있고 흰 벽에 놓인 침대 위에 담요를 뒤집어쓴 노인이 있다. 그의 머리맡에는 한대의 전화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밀폐된 방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그 전화에 걸려오는 전화는 노인이 간밤에 별일이 없었는지 묻는 장의사의 문의 전화뿐이다. 전화의 응답이 없으면 이 노인이 간밤에 별세한 줄로 알고 앰뷸런스가 늦지 않게 찾아오도록 조치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전화선 하나 외에는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는 이 방안에, 죽음 앞에 서 있는 한 인간의 고독을 상징으로 한 사진전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고독은 과연 가난일까, 육체의 고통일까, 아니면 교류의 단절일까.
영국에서 있었던 일로 가족 없이 홀로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온 한 노인의 실화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 몸이 불편해지자 양로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평생 가꿔온 호화주택을 팔기 위해 내놓았다. 잘 가꿔지고 관리된 그 집을 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집값은 나날이 치솟아 10만 파운드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집값이 올라가고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노인의 마음은 허전하고 우울했다.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때에 한 젊은이가 단돈 1만 파운드만을 들고 집을 사기 위해 노인을 찾았다. 그리고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 집을 저에게 파신다면 어르신은 영원히 이 집에서 사실 수 있습니다.
함께 차도 마시고 신문도 읽으며 제가 말벗이 되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노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젊은이에게 집을 팔았다. 그는 평생의 집을 내어주고 남은 일생 동안 자신과 소통해 줄 동반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열차 사고는 1994년 1월 3일 스페인의 레온에 있는 엘토로 터널에서 생긴 사고이다. 이 열차는 기관차를 앞과 뒤에 달고 달리는 긴 여객열차였다.
사고가 있던 날 열차가 엘토로 터널에 들어갔을 때 앞쪽 기관차가 갑자기 멈췄다. 기차가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정을 모르는 뒤쪽 기관차가 기다리다가 길에 문제가 생겼다 판단하고 터널 밖으로 나가기 위해 후진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앞쪽 기관차는 수리를 끝내고 다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양쪽 기관차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차를 끌고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상반된 힘으로 기차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했고, 불행하게도 두 기관차가 반대 방향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수백 명의 승객들은 기관차에서 뿜어내는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죽어갔다. 그렇게 500여 명의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그 사고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였다.
1954년 노인과 바다로 인하여 노벨 문학상을 받은 미국의 문호 헤밍웨이는 온 세계의 추앙을 받는 대작가였지만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이런 글이 남겨져 있었는데 “나는 전류의 흐름이 그치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전구처럼 고독하다.”라는 말이었다. 그는 놀라운 언변과 글솜씨를 가졌지만 진정한 소통은 할 줄 몰랐기에 고독했고, 그 고독을 이기지 못해 삶의 의지를 잃은 것이다.
고독과 소통은 한 끗 차이이다. 주위에 사람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내가 가진 환경 때문도 아니다.그저 내가 귀를 열고 있는가, 닫고 있는가 그 차이일 뿐이다. 내가 귀를 막고 빗장을 걸어 잠근 채 마음의 문을 닫지만 않는다면 결코 고독은 찾아오지 않는다. 소통이 우리의 인생을 밝고 아름답게 흘러가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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