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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지진
최창일 시인·이미지 평론가· <시화무> 저자
작성 : 2023년 02월 14일(화) 16:43 가+가-
인간과 과학이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지진이다. 김규화 시인의 부음을 듣고 마음에도 지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음 소식은 지방의 행사장이었다. 전달은 공지 방이다. 시도반과 김규화 시인의 인연은 각별한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슴 한 켠, 지진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김규화 선생은 최은하 선생을 통하여 시인의 시적 환경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더러 있었다. 김규화 선생이 순천(승주읍)이 고향이고 최은하 선생이 함평이 고향이라는 점으로 시학의 토론은 적절했다.
경영하는 잡지, 시문학의 마감을 넘기고 선생은 사무실의 불을 끄고 두 어 시간씩 절대고독의 시간을 갖는 것이 취미처럼 하였다. 그 앞에 커피가, 소주잔이 놓였는지는 모른다.
최 선생님과의 서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잔영들이 펼치면서 튀르키예,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7.8 규모의 지진 크기보다 더 현실로 왔다. 때마침, 위상진 시인의 전화는 극복의 대상이 되는 지진이었다.
김규화 선생은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직에 있는 동안 시도반과의 대화는 조금은 긴밀하여졌다. 긴밀이라는 단어보다는 잦아졌다는 것이 옳을 것 같다. 2020년 12월이 끝날 무렵 <바다를 밀어 올린다> 시집을 받았다. 제목부터 희랍신화의 힘이 센 황제처럼 낮 설다.
“사물보다 눈에 안 보이는 내 의식 혹은 인식의 파편을 제재로 쓴 것이다. 어둡고 무겁다” (김규화 서문) 짧고 굵게 쓴 서문이다. 시도반은 단숨에 탐독했다. 서가(書架)에 꼽지 않고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시간 속에서 분별해 가며 텍스트로 삼고 싶었다.
‘돌을 던지면 곧바로 성을 내는 호수/ 내 얼굴에 성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흔들흔들 종소리가 살고 있는 호수 물살 속이다’/(김규화 시 인식의 둘째 단계) 종연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이는 것은 과학이다. 시는 다르게 인식을, 갖게 한다.
시인은 인간에게 시를 전도하고 있다.
세상이 호수에 돌을 던지고 그 안에 인간들은 살아간다. 파문이 일고 일파만파다. 시인만이 괴롭고 아프다. 세상은 돌을 던지고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다. 시인만이 성낸 목소리가 아닌 은은한 시의 종소리로 세상을 다독이고 있다. 시인은 다시 말을 한다. “부패한 행위를 떳떳하다고 여기지 않는 선비(맹자)를 견자라 했다”. 선생의 시선은 선명하다.
위상진 시인의 모친상으로 선생과 보라매 병원에서 만났다. 문상이 끝나고 보라매 전철역까지 걷는다. 선생은 2022년 3월에 펴낸 <말.말.말> 시집을 말씀하셨다.
최 선생의 소감을 듣고 싶다 했다. 시집, <바다를 밀어 올린다> 소감을 미래일보에 칼럼으로 썼기에 하신 말씀으로 들렸다. 선생은 동물 중 말을 좋아하신다고 했다. 말에 관한 연구를 오랫동안 하셨다고 한다. 말과 언어, 말과의 연관성을 살려서 시집을 만들었다. 시는 인간에게 주는 청정도 중요하다. 시는 전달도 중요하다.
전달은 시의 매력을 말한다. 왜 문덕수인가? 왜 권일송인가? 왜 윤동주인가? 는 그들의 시가 사람들의 가슴에 매력으로 끌리기 때문이다. 김규화 시인의 <말.말.말>은 과학적인 통찰과 세미한 시선이다. “말(언어)은 한 사람이 하루 2만 개씩 쓰고(듣고, 보고, 글 쓰고, 생각하고) 산다.”(김규화 시작 노트)
말의 시는 55편이다. 말에 대한 시는 선생이 정리하셨기에 시인의 몫을 충분하게 하신 것이다. 감상문을 요청하신 것이 1년 전인데, 가슴에 지진(부음)을 받고 쓰게 된 것이 죄스럽다.
사람은 71퍼센트의 물과 18퍼센트의 탄소, 4퍼센트의 질소, 2퍼센트의 칼슘, 2퍼센트의 인, 1퍼센트의 칼륨, 0.5퍼센트의 나트륨, 0.4퍼센트의 염소로 이루어 졌다. 거기에 큰 숟가락으로 한 분량의 여러 가지 희유(稀有)원소, 즉 마그네슘, 아연, 망간, 구리, 요오드, 니켈, 브롬, 불소, 규소를 함유하고 있다. 또 소량의 코발트, 알루미늄, 몰리브덴, 바나듐, 납, 주석, 티탄, 붕소를 지니고 있다. 김 선생님의 가냘픈 시의 세포에 들어 있는 여러 분량의 희유가 14일 오후 6시에 고려대학 안암동 장례식장에서 하늘의 별로 인도된다. 문덕수 이사장, 권일송 회장, 신규호 이사장님께 안부를 부탁드린다. 인간은 하나의 화학적 구조물이지만 시인은 별이라는 초월의 세상으로 다시 태어난다(황금찬 시인의 말). 빛으로 세상의 이마로 비추게 될 것이다.
’바다를 밀어 올리시다‘ ’말.말.말‘의 가치를 정리하시고 시의 호흡을 고르게 정리해 주신 것에 늘 귀 기울이며 기억할 것이다.
시업(詩業)의 끄트머리 시집, <말.말.말>처럼 이만 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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