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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역할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3년 02월 08일(수) 16:49 가+가-
알프스의 영원한 꽃인 에델바이스(Edelweiss)는 고귀한 흰빛이라는 뜻이며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국화이기도 하다.
에델바이스의 잎과 줄기는 뽀얀 솜털로 덮여 있으며, 꽃잎도 부드러운 솜털로 짠 것 같이 눈부신 흰빛이다. 알프스와 같은 고산에서 자라는 에델바이스는 차디찬 바람과 겨울 눈보라를 견디며 어렵게 생명을 이어가는 식물이다. 신비롭게도 혹한에 시달릴수록, 밤낮의 기온 차가 크면 클수록 에델바이스는 더욱 찬란한 흰 빛깔을 띠게 된다. 그런 시련을 겪으면서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맺은 에델바이스는 마침내 봄바람에 눈이 녹을 무렵 청초하고 앙증스러운 자태의 신비스러운 꽃을 활짝 드러낸다. 이처럼 작지만 모진 시련과 역경을 이긴 강인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순결’과 ‘연단’과 ‘희망’을 상징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북아메리카의 로키산맥의 삼천 미터 높이에는 수목 한계선이 있다. 이 한계선은 풀과 나무나 자랄 수 있는 한계 지점을 구분해놓은 한계선이다. 이 지대는 너무나 매서운 눈보라와 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위로 곧게 자라지 못한다. 이런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의 성장을 억제하고 몸통을 비틀고 기울여 자라기 때문에 키가 작고 몸은 휘어져 마치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게 이 고지대의 나무들은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생존을 위해 무서운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나무를 ‘무릎 꿇은 나무’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나무들은 작고 뚱뚱하고 모양도 뒤틀려서 가구로도 만들어지지 못하고, 꽃이나 잎도 제대로 피우지 못해 초식 동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으로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로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다른 명품 악기의 재료로 이 나무가 쓰인다. 그 이유인즉슨 오랜 시간 칼날 같은 추위와 강풍을 이겨내고 자란 덕분에 공명이 잘 되는 최고의 바이올린 재료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천대받던 나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
아프리카 정글을 탐험한 학자들이 정글에서 한 실험을 해 보았다. 정글에서 한 가지 종류의 생명체라도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수많은 종류의 짐승들을 한 종류씩 없애 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새를 없앴더니 새소리가 사라져서는 정글은 마치 공동묘지처럼 적막한 숲이 되어 버렸다. 그다음에는 이 가지 저 가지를 옮겨 다니며 나뭇가지를 꺾고 숲을 망가뜨리는 원숭이들을 없앴는데, 원숭이들이 떠난 숲은 나무들이 서로서로 엉키고 덮이면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잔인하고 징그러운 뱀들을 다 제거해 보았다. 그랬더니 천적이 없어진 쥐들이 그 숲에서 판치며 날뛰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쥐를 통해 해충을 잡아먹던 벌레들이 모두 없어짐으로 숲이 병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글은 죽어갔다. 그 실험을 정글을 해롭게 한다고 생각했던 존재들, 또는 약한 존재를 위협하고 잡아먹는 천적들, 그 모든 존재들이 사실은 생명을 근원이었던 것임을 과학자들은 깨달았다.
열대어는 어항 속에 한 종류만 두면 비실비실 죽어버리지만, 천적과 같이 두면 힘차게 잘 산다. 또한 호두와 밤은 서로 부딪혀야 풍성한 열매를 맺고, 보리는 겨울을 나지 않으면 잎만 무성할 뿐 알곡이 들어차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가야 바다에 영양분이 풍부해지고,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져야 대기가 깨끗해진다. 평탄하고 기름진 땅보다 절벽이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 더 향기로우며, 늘 따뜻한 곳에서 자란 나무보다 모진 추위를 견딘 나무가 더 푸르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다.
우리는 부담스러운 일이나 어려운 일을 만나면 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일들은 우리를 더욱 강인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들어 간다.
고통은 기쁨의 한 부분이기에 피하지 말고 반드시 부딪혀 넘어가길 바란다. 그 끝에는 분명 내가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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