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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2년 12월 21일(수) 16:38 가+가-
이탈리아의 한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원숭이에게 다른 원숭이가 바나나를 잡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바나나를 잡을 때 원숭이는 바나나를 보고 음식이라고 느끼고, 또 먹기 위해 손을 내미는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특정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장면을 보기만 한 원숭이도 실제 바나나 잡는 원숭이와 비슷한 부분의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관찰됐다. 한 사람에게 바늘에 손가락이 찔리는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실제 바늘로 찔리는 통증을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부분의 뇌 영역이 활성화됐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조직을 ‘거울 뉴런’이라고 부르는데, 이 신경조직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꼭 자신이 경험하는 것같이 뇌가 반응하고 느끼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느끼는 뇌의 작용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부른다.
자녀가 아플 때 부모가 가슴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 같은 현상이 이런 공감에 해당된다. 우리가 공감을 하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거울 뉴런’ 시스템과 같은 일련의 뇌기능이 순차적으로 조화롭게 작용을 한다.
미국에 아주 괴팍한 성격의 여류 문학가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주 큰 사업가여서 사람들과 잦은 교류를 했지만, 아내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늘 집안에서 글만 썼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이 여인은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 더욱 고립되어갔다. 남편은 아주 부유했기 때문에 아내를 위해 다양한 치료를 시도했지만 그녀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집에 돌아와보니 늘 방에 홀로 있던 아내가 응접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보지 못한 평온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궁금해하는 남편에게 그녀가 설명한 상황은 이러했다. 사람과의 만남을 꺼리던 그녀가 유일하게 거절하지 못할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그 사람은 자기 아들과 같이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하다가 죽은 아들 친구의 어머니였다. 두 사람은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 끌어안고 함께 소리 내어 울었다. 그 작은 몸짓은 그들의 마음에 가장 큰 위로가 되었고 그렇게 여인은 마음의 병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공감의 힘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열차 사고는 1994년 1월 3일 스페인의 레온에 있는 엘토로 터널에서 생긴 사고이다. 이 열차는 기관차를 앞과 뒤에 달고 달리는 긴 여객열차였다.
사고가 있던 날 열차가 엘토로 터널에 들어갔을 때 앞쪽 기관차가 갑자기 멈췄다. 기차가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런데 그 사정을 모르는 뒤쪽 기관차가 기다리다가 길에 문제가 생겼다 판단하고 터널 밖으로 나가기 위해 후진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앞쪽 기관차는 수리를 끝내고 다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양쪽 기관차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차를 끌고 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상반된 힘으로 기차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했고, 불행하게도 두 기관차가 반대 방향으로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수백 명의 승객들은 기관차에서 뿜어내는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죽어갔다. 그렇게 500여 명의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그 사고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였다. 요즘은 카페에서 연인들이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오히려 휴대전화나 다른 매체를 통해 더 다양한 소통을 하지만 진정한 공감이 빠졌기에 소통 짓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미국 MIT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이런 모습을 ‘함께 있지만 따로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고독’이라고 정의한다.
진정한 소통의 결과는 공감이다. 그리고 그 공감은 우리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인생을 따뜻하게 만든다. 연말이 되고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시간에 마음의 소통이 함께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연말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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