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무등산, 예술과 춘설차가 빚는 인문여행지로 탈바꿈
문체부 야행관광 국비사업, 의재유적·춘설차밭 재해석
자연·역사·예술·차를 잇는 무등산 인문관광 거점 도약
작성 : 2026년 01월 28일(수) 17:02 가+가-

광주 동구는 무등산국립공원 일원을 자연·역사·예술·차(茶) 문화가 어우러진 ‘체류형 예술관광지’로 재탄생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나선다고 밝혔다.
동구는 문화체육관광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계획’에 포함된 국비 지원 사업인 ‘예술접목 야행관광 공간조성 사업’을 통해 의재 허백련 선생 의 문화예술정신과 무등산 고유의 차 문화인 ‘춘설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무등산권을 한국형 인문·예술관광의 대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경관 정비를 넘어, 자연 속에서 낮과 밤을 아우르는 예술·차 체험이 가능한 체류형 관광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등산은 자연과 더불어 사유와 실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온 인문학적 장소이다.
특히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 화백은 근현대 남종화의 거장으로, 무등산 자락에 터를 잡고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후학을 양성하며 ‘삶과 예술은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실천한 예술가다. 그에게 무등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창작과 사유, 교육과 일상이 한데 어우러진 ‘실천의 공간’이었으며, 오늘날의 의재문화 유적지는 이러한 예술관이 고스란히 담긴 상징적 장소로 평가된다.
무등산은 의재 허백련이 활동하기 이전부터 지식인, 종교인들이 자연 속에서 사유하고 교류했던 인문학적 공간이었다.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2·8 독립운동에 참여한 석아 최원순은 격동의 시대 현실을 성찰하는 지식인의 시선으로 무등산과 마주했고, 오방 최흥종 목사는 종교적 신념과 사회적 실천을 바탕으로 자연 속 수양과 사색의 시간을 이어갔다.
이처럼 다양한 인문 자산이 공존해 온 무등산은, 의재문화유적지를 통해 개인의 예술을 넘어 지역이 축적해 온 인문학적 가치와 공간적 의미를 보여준다.
동구는 그동안 ‘무등산 인문축제’를 비롯해 일상 속 인문 자산을 시민의 삶과 관광으로 연결하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특히 3년간 이어진 ‘무등산 인문축제’는 무등산의 역사·문화·자연을 함께 나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며, 일회성 행사를 넘어 축적 가능한 인문·예술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인문도시 정책의 연장선에서, 무등산이 품고 있는 자연·예술·문화의 가치를 공간 기반의 체류형 예술관광 콘텐츠로 구현하려는 본격적인 시도다.
무등산 ‘춘설차’는 이른 봄 눈이 채 녹기 전 채엽한 찻잎으로 우려낸 전통 차로, 은은한 향과 깊은 맛으로 예로부터 귀하게 여겨져 왔다.
의재 허백련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예술적 사유와 수양의 매개였다. 그는 차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고 제자들과 교류하며 예술 세계를 확장했고, 자연 속에서 차와 예술을 함께 향유하는 이러한 태도는 춘설차밭을 단순한 생산지가 아닌 삶·예술·사유가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커피 문화 확산과 전통 차밭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춘설차 밭은 점차 사라졌고, 무등산의 차 문화 역시 희미해져 가고 있다.
동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사라져 가던 춘설차 밭을 단순 복원을 넘어 ‘현대적 차 문화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의재문화 유적과 춘설차 밭을 함께 되살려, 차와 예술이 공존하던 무등산의 시간을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동구는 2024년 5월 무등산의 자연과 예술, 차 문화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본계획(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의재문화유적지와 춘설차밭 일원을 두 축으로 삼아 공간을 구성했다.
의재문화 유적지는 기존 건축물과 외부 공간을 하나의 서사적 동선으로 엮어, 방문객이 의재 허백련 선생의 예술정신과 차 문화를 단계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춘설차 밭은 전통 차밭 복원을 통해 자연경관 가치를 회복하는 동시에 의재미술관·증심사와 연계를 강화해, 이동 과정 자체가 자연·예술·차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여정이 되도록 했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과 미디어 연출을 더해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몰입형 야간 예술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구인권 기자 1-7357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