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과 최악의 기후위기 시나리오
김양용 철학박사
작성 : 2024년 11월 17일(일) 16:44 가+가-

지난 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2주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은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1992년 5월 채택되었고, 당사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97개국이며, 1995년부터 시작된 회의가 올해로 30년째이다. 이 협약의 핵심 목표는 인간이 기후체계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수준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그간 1997년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위해 ‘주요국들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 목표치와 6개의 감축 대상 가스를 규정’한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최초로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 지구적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이 협정에서 세계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파리협정’ 이후 인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과정에서 낙관과 비관의 부침을 거듭해왔다. 무엇보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 1~2위를 다투는 미국이 트럼프 정권하에서 파리협정 탈퇴했고, 코로라 펜데믹을 넘어서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화력발전소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악재로 경고음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과학자들이 내세웠던 온실가스 감축 단기목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할 수 있겠는가?이다. 온실가스 45% 감축이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보다 아래로 유지(산업혁명 이전 기준)를 위한 목표치를 말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1기 행정부 때처럼 미국을 파리협정의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국제적 파급력 또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든 국가들이 국가별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금보다 1% 낮은 수준에 불과하며 이번 세계 말까지 지구의 기온은 2.1도에서 3도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파리협약에서 설정한 1.5도라는 마지노선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 C3S는 지난해 평균 기온 상승이 이미 1.48도였고, 2024년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것이며, 산업화 이전과 비교, 처음으로 1.5도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 결과도 발표했다.
문제는 기후 위기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불량한 태도에 있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 ‘존재하지 않는’ 것, ‘값비싼 사기’라고 보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 추출을 장려하자 한다. ‘스톡홀름 환경 연구원’의 클라인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중국 등 다른 대규모 공업 국가들의 배출량 감소 압박을 줄여준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한 보고서도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게 될 4년간 온실가스 규모가 바이든의 4년간 배출된 온실가스보다 최소 40억 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카본 브리프’)
혹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의지’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영국 가디언) 나아가 트럼프의 기후변화 정책과 무관하게 경제를 이루는 다른 중요한 축인 기업과 금융기관 및 주정부에서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거론한다.
더구나 KoSIF(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에도 민간차원의 기후변화 강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은 공급망을 통해 우리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오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20년간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쓴소리를 들어왔다.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UN은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국정과제에서조차 실종된 상태이고, 오로지 ‘기승전원전’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요컨대 시민들의 요구와 압박 없이는 강화된 목표를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며, 그 대안을 제시하는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될 때이다. 이런 점에서 COP29 바쿠회의에 주목하며, 전 세계가 미국 차기정부의 태도에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