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문민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7월 17일(수) 16:25 가+가-

부활초라는 식물이 있다. 이 식물은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서식하는데 평소에는 태양의 공격과 열 손상을 막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다. 그 모습이 지푸라기가 뭉쳐져 있는 모양이라서 마치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몇십 년 만에 약간의 물을 만나면 몇 초 만에 되살아나 활짝 피어나는 신비하고 놀라운 생명력을 가졌다. 이 놀라운 식물을 연구한 분자 세포 공학 교수인 쥘 베른 박사는 부활초에 대한 연구를 통해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이탈리아 지중해의 판텔레리아 섬이 0도에서 60도까지 연간 기온 차가 심하고, 최대 6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지만 여전히 초록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의아하게 여겨 연구를 시작했다. 그 연구를 통해 부활초의 유효성분인 레비센털리스라는 성분을 추출하였는데 이것이 식량난을 해결하고 젊은 피부를 갖기 원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항산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럭셔리 이탈리안 브랜드 조르조 아르마니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 회사의 뷰티 라인에는 ‘크레마 네라’는 화장품이 있는데 피부 면역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생능력을 강화해 노화 속도를 늦추는 안티에이징 효과를 가졌다. 그 명품 화장품의 키워드는 ‘부활초’ 죽은 듯 바싹 말라있다가도 한 방울의 물만으로 다시 살아나는 식물, 부활초의 ‘레비센털리스’ 성분을 활용한 것이다.
코알라가 먹는 나무로 알려진 유칼립투스는 호주가 원산지이지만 세계적으로 700 종이 넘을 만큼 다양한 종류가 분포되어 있다.
일 년에 3미터 이상 자라는 높은 성장률과 30에서 50미터 이상 곧게 자라는 특징 때문에 목재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많이 심어진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가를 중심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이는 초기 서부 개척을 했던 농장주들이 수익성 좋은 목재를 얻으려고 심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 나무에는 굉장한 특이점이 있다. 바로 잎과 수액에 알코올 성분이 많아서 불에 잘 탄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덥고 건조해서 종종 나뭇잎끼리 마찰되어 자연발화되기도 하고, 마른 번개가 떨어질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유칼립투스의 생존 법칙이라는 것이다. 유칼립투스의 씨앗은 모래알처럼 작은데 도토리처럼 딱딱한 열매 안에 가득 담겨 있다. 새들이 쪼아 먹기 힘들게 단단한 껍질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씨앗은 산불이 나도 두꺼운 껍질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가 산불이 끝난 후 껍질이 벌어지면서 씨앗이 발아된다고 한다. 다른 나무의 씨앗처럼 땅 위에 떨어져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산불의 뜨거움이 있어야만 껍질이 벌어지며 발아가 된다. 유칼립투스는 모든 것이 다 타고 재만 남아서 비옥해진 토양이 된 환경 속에 씨앗을 내려 후손을 남기는 것이다.
전통적인 건물이나 유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꽃은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번식력이 어마어마해서 한 연못에 연꽃을 몇 송이만 피워도 며칠 후면 연못 전체가 연꽃으로 가득 차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연꽃의 씨앗은 천년을 넘어서도 싹을 틔울 만큼 신비롭다. 1951년 일본의 한 식물학자는 도쿄대 운동장 지하에서 2000년 전에 맺혔던 연꽃의 씨앗을 발굴해 심었는데 이듬해에 이 씨앗에서 싹이 났다. 이뿐 아니라 2002년에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중국에서 500년 묵은 씨앗에서 싹을 틔웠고,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의 함안군 성산산성에서 발견한 700년 전의 연꽃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 데에 성공했다. 이 씨앗은 자그마치 고려 시대의 것이라고 한다.
식물은 우리에게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온도와 수분이 충분한 여름에는 에너지를 축적하고, 추울 때는 잎을 떨어뜨려 에너지를 보존한다. 또한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서도 생명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그들은 인간보다 더 긴 세월을 견디고, 번성하고, 진화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존하는 그들의 강인함과 적응력과 의지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