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가 아니라 하와이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7월 09일(화) 16:50 가+가-

“호놀룰루가 어디에요?” “대통령이 하와이를 간다는데 신문은 하와이가 아니고 호놀룰루라고 하네요” 손주 샤아의 물음이다.
호놀룰루는 하와이의 수도다. 하와이는 7월과 8월이면 세계적인 휴양지 해변이다.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이 있다. 말은 어디에 방점을 두는가에 말을 듣는 사람에 해석은 다르다. 하와이는 야자수 아래 바다의 물결이 출렁이며 음악이 들린 듯싶다. 호놀룰루는 말하지 않아도 하와이와는 상반되는 느낌과 비즈니스의 느낌이 든다. ‘어’와 ‘아’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저출생과 저출산도 그렇다. 워드를 마치고 맞춤법 고치기를 하면 저출생은 저출산으로 고치기를 하여라 나온다. 정부의 어느 부처는 저출생 대책이라고 말한다. 또 한편에서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경우처럼 여전히 저출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혼선과 혼란이 있는 것 같다. 혼란과 혼선은 편의주의적 정책으로 호도의 성격을 가질 때 발생하는 것들이다.
저출생은 말 그대로 출생아의 수를 문제로 보는 말이다. 언뜻 보면 태어나는 아이가 중심인 좋은 뜻 같다. 그러나 출생이 출산을 통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가린다는 점에서 문제 적이다.
아이가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공장에서 아이를 만들려는 생각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출산은 말 그대로 출산을 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에 두는 말이다. 이 말은 출산을 왜 안 하는지 질문하고 살피게 한다. 그리고 그 말 안에는 그동안 일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제대로 된 말은 그 근거에서 출발할 때 저출산과 저출생은 바르게 알려준다.
저출산을 살필 때 문제 되는 관점이 있다. 사람을 ‘숫자’로 보는 점이다. 출생률이든 출산률이든 사람을 숫자로 보는 태도에는 사람을 고유한 삶의 주체가 아니라 ‘인구’라는 통계학적 추상체로 보는 관점이 깔려있다.
출생이면 어떻고 출산이라는 말이 뭐가 그리 문제냐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낳는 부모가 사는 세상이 이러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단어 하나를 두고 호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점이다.
46억 년 지구 역사에서 모든 생명체가 개체 보존이 되지 않을 때 종 보존이 멈춘다는 정설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돈가스 가게를 지나며 손주가 또 묻는다. “할아버지 돈가스는 어느 나라 음식이에요?”
몇 년 전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대답이 쉬웠다. 일본이 1200년 동안이나 육식이 금지된 나라였다. 메이지 유신 때 서양문화를 받아드리면서 육식이 해금됐다. 고기를 먹는데 거부감이 강했던 서민들이 고기를 어떻게 일본식으로, 밥반찬으로 먹을 수 있을까 온갖 고민과 궁리 끝에 만들어 낸 음식이 돈가스다. 책을 읽을 때 도쿄에 가면 돈가스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가 왜 삼천포로 빠지냐고 할 것이다. 말이란 이유를 편리하게 붙이는 자의 것일 수 있다.
하와이를 호놀룰루라 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 저출산과 저출생을 사용하는 부처의 의도가 있는 것과 같다.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일본인이 반찬으로 만든 것이 돈가스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가스를 반찬으로 생각하고 먹는 사람은 없다. 만든 일본만이 그렇게 해석을 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 소진, 기진맥진, 한도 초과와 같은 말들은 이 시대의 상징어들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쥐어짜일 에너지가 없다는 말이다. 말은 하는 자가 책임을 지는 법이다. 하고 나서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 말을 들었던 모든 사람은 바보가 된다. 심지어 말을 한자들이 들었다 하는 자들을 걸어, 소송까지 한다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가 된다.
오래전 박노해 시인이 펴낸 <사람만이 희망이다> 칼럼집이 있다. 시인은 내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세상과 인간에 대한 또 다른 희망 방식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말은 희망이다. 말은 진실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말이 말을 삼키려 든다면 그것은 ‘아’ 다르고 ‘어’다름이 ‘다르지 않다’라고 부정을 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피서를 하와이로 갈 것이다. 도시의 복판인 호놀룰루가 아닌 해변으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