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물가 떨어져도 값은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6월 24일(월) 16:49 가+가-

최근 한국은행은 “전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국민의 체감 도는 떨어진다”라며 그 원인으로 의식주 물가상승세를 지목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만으로는 생활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으며,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풀려면 복잡하게 꼬인 농산물·의류 유통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메시지를 던졌다. 18일 한은은 ‘우리나라 물가 수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이 둔화하고 있으나 누적된 물가상승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상태”라며 “식료품, 의류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이것은 국민들이 느끼는 피부물가 진단하고는 거리가 아주 먼 관료들이 흔히 내놓은 극히 의례적이고 틀에 박힌 국민 설득을 위해 포장된 진단이라고 생각하며, 고공 행진하는 밥상물가에 정부는 왜 손 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식당에서 저가 메뉴를 골라야 하는 서민들로서는 관련부서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많다. 국민들은 외식 때마다 선택하는 메뉴를 통해서도 정부 탓을 할 수밖에 없다. 먹고사는 비용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들은 절박한 느낌이 덜 할 수밖에 없다. 소득에서 차지하는 밥상물가의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농산물 가격 부담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영세한 영농 규모로 인한 낮은 생산성과 높은 “유통비용”을 꼽았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출하·도매·소매 단계를 거치며 불어난 농산물 유통비용은 전체 제품 가격의 49.7%에 달할 정도로 높다고 했다. 일부 과일의 경우 수입 공급 창구가 막혀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현재 정부는 까다로운 검역 절차를 통해 사과를 비롯한 주력 과일 수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농가를 의식해 이 같은 검역 절차를 두면서 과일 가격이 올라도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내릴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은행이 지적하고 있는 대로 출하·도매·소매 단계를 거치며 불어난 농산물 유통비용이 물가상승요인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진단하였다면 정부는 발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실 유통단계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여러 기관 단체에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구조적인 문제였지만 지금까지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도 농산물 유통구조 개편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안정이 핵심”이라며 “정부 차원의 수급 관측 능력을 높이고, 스마트팜이나 자본집약적인 농업을 활성화해 공급 안정을 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온난화로 인해 과실 공급면적이 줄어드는 데 따라 설비투자 지원을 더 강화해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쌀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자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사과는 그렇지 않다”며 “검역을 완화해 수입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수입과일 품목과 물량이 늘면서 과일 가격 변동성이 뚜렷하게 축소됐다. 한은은 과일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과일 값이 대체로 낮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요즘 거의 모든 식료품 가격이 도미노 상승을 하고 있으니 영문을 알 수 없다.
치킨과 햄버거 가격이 오르더니 올리브유 가격이 올랐고, 조미 김과 간장·된장 가격도 줄줄이 인상 대기 중이다.
고물가로 국내 매출액이 늘고, 고환율로 국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식품업계는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코스피 상장 식품기업 37곳 중 23곳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이 정도면 식품 기업을 상대로 ‘횡재세’ 부과를 논의해야 할 판이다. 반면 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가계는 등골이 휘고 있다. 특히 소득 하위 20% 가구는 지출 가운데 식비 비중이 31.2%까지 치솟았다. 2019년 1분기엔 27.9%였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 비율이 지난 1분기 26.8%로 2019년 이래 최고를 기록한 것도 밥상 물가 상승 탓이다.
올 초만 해도 정부는 식품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제품 용량을 몰래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물가 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니 이마저도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는 식품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고, 기업도 소비자 권익 보호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나 식당에서나 매일 밥상을 대할 때마다 물가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하는 일상이라면, “물가”는 국민의 생존에 관한 일로써 블랙홀이 되어 세상의 일반 이슈를 다 빨아들이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정부의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염려될 따름이다. 한번 오른 밥상물가, “원가 떨어져도 값은 그대로”의 악덕상혼 여전하다는 서민의 외침을 외면할 건가? 정부의 존재이유는 이런 불공정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생존도, 정부의 생존도 확실한 물가안정대책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