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25만 원, 총 13조 원, 석유탐사비용 5000억 원
이창용 논설위원
작성 : 2024년 06월 17일(월) 16:43 가+가-

요즘 정치권이 뜨겁다. 여야 정치권이 정부의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 탐사시추 계획을 두고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땅속에 묻혀 있는 석유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신규 유전의 발견은 지질 전문가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력과 첨단기술의 막대한 투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성공의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이를 두고 옥신각신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면에 권력투쟁이라는 다른 목적을 한 자락 깔고 눈속임으로 하지 않는다고만 한다면 바람직한 정부견제가 아니겠는가? 이럴 때 우리가 품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격식에 구애받지 말고 다 쏟아내서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 미래를 위해 어떤 셈법이 최적의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인지를 집단지성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먼 장래를 위한 국민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절박함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면 좋겠다.
첫째는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부존자원을 찾아가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여야가 공유해야 한다. 둘째는 비용문제를 소홀히 할 수는 없으나, 그동안 지속가능한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오늘날 이 정도의 경제 부국을 이루었다는 역대정부의 외교 평가를 정치권에서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셋째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온 인류의 노력이 진지한데, 화석산업의 영속성과 관련한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바다 깊은 곳을 더듬어야 하는 해저 유전발굴은 가슴 뛰는 설레 임이 앞설 수 도 있지만 두려움도 동시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기도하는 마음과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깊이 있는 접근을 요하는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면 그것까지도 들추어내어 CT를 촬영하는 것처럼 철저한 점검을 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저 유전탐사란 어떤 사업인가?
1850년대에 들어와서 석유를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램프용 연료이던 고래 기름 가격이 상승하고, 정제기술 개발에 따라 램프용 등유의 수요가 늘어 등유가격이 급등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석유탐사에 과학적 방법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석유의 존재를 나타내는 징후가 무엇인지 아무도 몰랐다. 가장 확실한 곳은 석유가 자연히 솟아 나오는 지역이었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주 타이스빌에서 최초로 유전개발에 성공한 것도 그 지역이 전부터 오일크리크(Oil Creek : 석유가 흐르는 강)라고 불리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드레이크의 성공에 따라 타이스빌 유전지대에는 수많은 굴착공사가 시작되었고, 석유에 대한 열기는 미국은 물론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불과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시추는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졌다. 10개 공을 시추하면 9개 공이 건공(乾孔 : 석유 또는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 일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는데, 석유개발업자들은 이 10%의 확률에 운명을 걸었다. 그러나 탐사장비의 발달과 슈퍼컴퓨터의 등장은 땅 속 깊은 곳의 지질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에 따라 탐사 성공률이 30~40% 수준에 이를 정도로 석유 발견의 가능성은 커졌다. 이러한 신기술에 힘입어 심해(深海) 유전 또는 생산비가 겨우 나올 만한 한계유전도 점차 개발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1932년에는 처음으로 시추장비를 장착한 고정식 구조물(Platform)과 시추 지원 선박이 출현하였으며, 석유의 발견이 해안에서 멀어지게 됨에 따라 수심이 더 깊은 곳에서 시추작업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53년에는 최초로 시추장비를 설치한 선박(Drillship)이 등장하였다. 1962년에는 안정성이 보강된 반 잠수 식 시추구조물이 출현하여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석유가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충분히 비용을 투자하고도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우선 이 정책위원은 정부가 밝힌 시추 성공률 20% 자체는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막상 구멍을 뚫어봤을 때 석유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0%는 굉장히 좋은 확률”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장 형태에 따라 시추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전력질주를 한다. 하물며 5000만 우리 국민이 먹고살 수 있는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에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충분히 따져보아 석유매장확률이 전혀 없다고 결론 나지 않으면, 탐사하기를 권한다. 민생지원금 1인당 25만 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총 소요예산은 13조 원이다. 해저 석유탐사를 위한 시추비용은 1공에 개략적으로 1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보다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5공정도를 시추해야 하고 이에 대한 비용은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민생지원금의 26분의 1인데, 비용 편익 면에서 크게 부담되는 비용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필자만 그런 생각일까? 안 하면 후회 될 수도 있을 텐데, 정부를 믿어보는 것도 ‘괜찮은 또 다른 정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