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별에 간 신경림 시인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6월 04일(화) 16:57 가+가-

시인이 세상을 떠나면 “별이 되었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 명의 시인이 탄생하면 하나의 별이 탄생한다는 말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2024년 5월 22일 새벽이었다. 신경림 선생이 별이 되었다. 그날 새벽 시인들은 농무의 시인, 신경림 시인이 낙타를 타고 별에 오르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렇게 믿는 시인은 많았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별과 달과 해와/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손 저어 대답하면서,/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별과 달과 해와/모래만 보고 살다가,/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길동무 되어서’
신경림 <낙타> 시 전문이다. 시인은 마치 낙타를 예약이나 하듯 낙타 시를 만들어 놓았다. 23일의 신문들은 하나같이 시인의 별에 간 소식을 신문의 반면을 할애하여 시인의 별나라로 떠나심을 통석(痛惜)하였다.
시인은 <낙타>의 시에서 도치법을 사용하여 ‘저승길’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시인의 시는 죽음을 부정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천고순응(天高順應)의 태도다. 낙타는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순수한 존재다. 낙타를 타고 간다는 시인은 이러한 것들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시인들은 사막을 좋아한다. 김용언 시인도 시간이 나면 사막의 낙타와 걷는다. 그리고 사막과 낙타의 시를 만든다. 신경림 시인이 말하는 대상은 낙타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다. 세상사 아무것도 못 본체 손, 저어 대답하는 모습이다. 한평생을 사람의 마을에서 낮은 이들에 등을 내어주며 위로의 시인이 낙타를 타고 별나라로 가셨다. 어쩌면 낙타가 되어 돌아오신다는 화자의 말씀이다. 시는 죽음과 삶 사이의 경계를 초월하여 회귀의 구조로 세상을 바라본다. 순수한 삶의 희망 속을 그리는 시의 건축을 보인다.
시인의 본명은 응식, 경림은 1955년부터 사용한 필명이다. 시인의 시집 농무는 1970년대 농부와 광부 일용직 근로자들의 모습을 터벅터벅 현실감으로 담겨주었다. 시는 그의 시 ‘갈대’처럼 울음의 시였다. 시인이 울지 않으면 독자도 울지 않는다는 시의 모습을 그렸다.
시인들이 그러하듯 신경림 시인은 어릴 때부터 독서를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도스토옙스키 전집 10권을 단숨에 읽었다. 투르게네프, 안톤 체호프 등을 탐독하며 문학에 눈을 떴다. 그중에도 시를 좋아했다. 백석, 이용악, 오장환, 임화, 정지용, 조지훈과 같은 청록파 시인의 시를 밤이 이 쓱 하도록 읽고 외웠다. 시인은 백석 시를 잡지 ‘학풍’(1948년 10월호)에 실린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읽고 놀라운 감동하게 된다. 남신의주 유동은 신의주 남쪽 지역 이름이다. 박시봉은 화자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 이름이다. 신경림 시인은 소박한 백석의 시를 그 자리에서 다 외워버렸다. 그 길로 시인은 시인의 길로 들어서겠다 다짐한다. 그의 마음에는 백석 시인이 중심에 앉아 버렸다. 백석과 같은 시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1956년 ‘문학예술’를 통해 시단에 발을 올렸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시인에게도 굴곡의 시간이 있었다. 시를 쓰지 않고 주춤거리는 시간이다. 사람에게는 기쁨을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쁨의 등 뒤에서 숨을 고르는 시간도 있다.
하지만 선생은 평생을 땀 흘리는 민중들의 언어를 가지고 살았다. 고독하고 답답하고 원통한 시절의 시간이었다. 시인은 그러한 삶을 놓치지 않고 언어의 깃발로 승화하였다. 내면의 빛으로 환히 빛나는 시어가 그의 아침을 기다렸다. 작은 즐거움에 기뻐하고 큰 즐거움에 고마워하는 시인이었다. 시인이 별에 가는 날 우연히 성춘복 시인이 별에 갔다. 큰 시인은 외롭지 않게 동행이 있다고 농을 하는 시인이 있었다. 시인이 사는 세상은 기쁨이나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습관처럼 청정의 방법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시인은 친밀함이 꽃피는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하고 가셨다. 그러기에 반드시 낙타를 타고 다시 오실 것이다.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