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시간 초월하기
최창일 시인·<시원의 입술>저자
작성 : 2024년 03월 05일(화) 16:52 가+가-

2023년 8월 무더위에 최은하 선생을 별에 보내드리고 ‘존재의 시간’에 대하여가 많아졌다.
최은하 선생은 시도반의 스승도 아니다. 시도반의 시의 스승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권일송 시인이다. 최은하 선생은 보리수 낭송회를 통하여 존재의 시간을 논하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큰 선배 어른이다. 최은하 선생이 마지막 가는 순간은 균형이 문제였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았다. 층계에서 발을 헛디디며 관절이 부러졌다. 나이가 들면 균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나이 들어 침대에 3개월 누우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정설이다.
최은하 선생은 평소 시도반에 고승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고승이 죽음의 시간을 맞히는 것은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지면 곡기로 생의 시간을 조절한다”
최은하 선생은 고승의 곡기(穀氣) 조절에 대하여 한번이 아니고, 여러 차례였다. 가시고 나니 그것이 삶에 대한 정돈의 이야기 중 하나로 생각된다. 선비정신과 행동이 곧은 선생이 고승이 선택(죽음의 시간을 조절) 한 존재의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생은 시도반에 한 달에 한 번은 만남의 시간을 원하였다. 하지만 이런저런 제약으로 만남을 다하지 못했다. 그것이 요즘 시도반의 중심을 괴롭히고 있다.
아이폰의 아버지,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무엇을 하였을까?
스티브 잡스는 인공 지능을 붙들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지구를 떠났다.
그가 떠나기 전 2003년 미국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스탠퍼드연구소와 학습 및 추론 능력은 물론이고 인간과 대화까지 가능한 인공 지능 연구와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무려 300여 명의 인공 지능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연구 중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죽기 일 년 전 2010년 4월에 무려 2조2600억 원을 내고서 그 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직접 아이폰 인공 지능 프로젝트를 지휘, 시리 Siri를 개발했다. 잡스는 시리가 탑재된 아이폰4S의 발표가 있던 다음 날 세상을 떠났다.
잡스는 사망하기 1년 6개월 전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인공 지능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다. 그리고 직접 그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프로젝트가 완수된 다음 날 호흡을 멈추었다.
잡스는 자신의 남은 생명을 모두 인공 지능에 쏟아부었다. 잡스가 생명을 불태우면서까지 인공 지능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인공 지능의 시간은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가 인공 지능에 모든 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의 IT 기업가들이 인공 지능에 목을 매고 있다는 사실은 2004년부터였다.
이 전설적인 스티브 잡스가 외로울 때면 시집을 들고 동양 음악을 들었다 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내놓겠다”라고 했다. 잡스는 인문학이 애플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물론 직접 적으로 한 말은 아니지만 그러한 분위기를 품고 살았다.
이지성 작가는 현대경영 철학의 계보를 이렇게 말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대왕, 하버드 법학대학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지 마셜, 피터 드러커, 찰스 핸디’로 이어진다고 표현했다.
이지성 작가는 스티브 잡스를 교주로 생각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잡스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였다. 그가 광고로 한 말은 수백 번을 반복하여 들었다. 스티브 잡스를 교주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모르긴 하여도 IT를 연구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르고 탄다면 그것은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라 실리는 것이다”
시를 쓰면서 시를 만드는 철학과 감성을 알고 싶다. 휴대전화를 나중에 가져도 좋다. 물처럼 세상을 살고 싶다. 흐르는 곳에 도달하고 싶다.
최은하 시인이 한 달 한 번의 만남을 소홀히 함에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다. “좋다! 내 마음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선생만 생각해보자!” 그것이 하이데거가 <존재의 시간>에서 말하는 ‘초월’일 성싶다.